남북 평양 고구려유적 첫 공동조사

분단 이후 처음 실시되는 남북한 공동학술조사의 일정과 대상 유적 등이 확정됐다.

고구려연구재단(이사장 김정배)은 북한의 사회과학원·유물보존지도국 등과 함께 평양 일대의 고구려 유적을 오는 19일부터 30일까지 공동 조사한다고 15일 밝혔다. 재단은 또 오는 8월 러시아 극동기술대 소속 학자들과 함께 실시하는 연해주 지역 발해유적 공동 발굴에 북한 학자들도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북이 공동으로 학술 및 발굴 조사를 벌이기는 분단 이후 처음이다.

재단이 북한과 함께 실시하는 평양일대 고구려 유적 공동 조사에는 강서대묘, 강서중묘, 덕흥리 무덤, 수산리 무덤, 진파리 무덤 등 세계문화유산 이외에 평양성, 대성산성, 동명왕릉, 정릉사, 법운암 등이 포함됐다.

고구려연구재단의 조사팀은 모두 11명으로 김정배 이사장, 최광식 상임이사, 오강원·배성준·김진순 연구위원 등 재단 연구자와 여호규(한국외국어대)·전호태(울산대)·강현숙(동국대) 교수 등이다. 이들은 18일 출국, 베이징을 거쳐 평양에 도착한 뒤 북한 학자들과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학술조사에서는 북한 문헌 자료 분석, 고분벽화 및 평양성·대성산성에 대한 과학적인 실측 등이 이뤄질 계획이다.

최광식 상임이사는 “북한의 고분군에 대한 학술조사는 일제시대 총독부와 1950~60년대 북한 학자들이 실시한 바 있다”면서 “특히 이번 조사 대상에는 그간 학술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강서대묘와 진파리 무덤이 포함돼 있어 여기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8월5~31일 연해주 지역에서 실시되는 발해 유적 공동발굴에는 재단의 임상선·김은국·윤재운 연구위원 등이 참여한다. 발굴 지역은 연해주의 크라스키노 성터로, 발해의 고구려 계승성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연해주 내 대표적인 유적지다. 이곳은 지난해 발굴과정에서 채취한 기와벽실 유구의 목탄을 분석한 결과 840년께 발해 최전성기의 유적으로 확인됐다.

재단측은 연해주 지역 발해 유적 발굴이 문헌 연구의 한계를 보완하는 한편 한·러 양국 간 학술협력체제를 더욱 굳건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구려 연구재단은 평양 고구려유적 학술조사 및 발해유적 발굴 조사가 끝나는 대로 각각 학술조사 보고서로 작성해 일반에도 공개할 예정이다.

(경향신문 / 조운찬 기자 2005-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