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Ex 아시아허브 '한국 외면' 중국 택했다

필리핀 수빅灣서 中광둥성으로 이전키로

중국, UPS·DHL 등 세계 3대 물류 모두유치
항만·공항 분야도 독식… 한국 완전히 밀려

세계 최대의 신흥 물류 시장으로 꼽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물류 허브’(Hub·중심)가 중국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13억 인구를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이 아시아 지역의 허브항만과 허브공항을 대부분 차지한 데 이어 다국적 물류 기업들의 아시아 허브도 모두 유치하는 등 이 지역 물류 허브를 독점하고 있다.

◆3대 항공 특송사 ‘아시아 허브’ 모두 중국으로

세계적인 화물운송업체 페덱스(FedEx)는 필리핀 수빅만에 있는 아시아 물류 허브를 중국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로 이전한다고 13일 발표했다. 광저우의 신바이윈(新白雲) 국제공항에 63㏊(19만평가량) 규모의 물류허브를 구축, 수빅 물류 허브의 기능을 모두 넘겨받아 2008년 12월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투자금액만 1억5000만달러(약1500억원)에 이르며 1200명이 넘는 인력을 고용, 지역 경제 활성화의 기폭제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프레드릭 스미스 페덱스 회장 겸 CEO는 “페덱스는 2년여 전부터 중국을 세계 공급·수요의 중심으로 예견해왔다”며 “광저우는 소비자들을 전 세계 시장으로 연결시켜주는 새로운 게이트웨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2003년부터 페덱스의 아시아 물류허브 유치 노력을 벌여 왔으나 페덱스측은 한국을 두고 광저우로 가버린 셈이다. 작년 1월 ‘페덱스(FedEx), 인천공항을 동북아 허브(Hub)로 운영 시작’이란 보도자료를 내놓았던 우리 재정경제부의 발표는 물거품이 돼버렸다.

페덱스의 아시아 물류 허브 이전 결정은 경쟁사인 UPS가 상하이에 물류 허브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지 1주일여 만에 나왔다. 이로써 2000년부터 홍콩에 아시아 물류 허브를 운영 중인 DHL을 포함, 세계 3대 화물 특송업체가 모두 중국에 아시아 허브를 구축하게 됐다.

세계적인 운송회사들이 아시아지역 허브를 중국에 구축하고 있는 것은 중국 시장의 엄청난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보잉사는 중국의 항공화물시장이 2023년까지 매년 11%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영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는 중국의 아웃소싱 물류 규모가 840억달러로 미국·일본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마틴 조스 맥킨지 아시아 물류 부문 수석 책임자는 “중국의 아웃소싱 물류 규모가 2010년에는 지금의 두 배로 성장할 것”이라며 “특히 중국으로부터의 미국행(行) 항공 운송물은 향후 20년간 연평균 9.6%씩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항만·공항도 중국이 독식

중국은 항만·공항 분야에서도 아시아의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2003년에 이미 부산항을 제치고 세계 4위(컨테이너 처리 기준) 항구로 부상한 선전(深?)항은 올 들어 6월 말까지 743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처리, 작년 동기보다 처리량이 23% 늘어났다. 반면 세계 5위로 밀려난 부산항의 컨테이너 처리량은 올 들어 5월 말까지 4.6% 증가에 그쳤다.

중국은 또 매년 물동량이 30% 가까이 급증하는 상하이항이 곧 포화상태에 이를 것에 대비, 상하이항에서 승용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양산도 일대에 ‘만리장성 이후 최대 역사(役事)’로 불리는 신항만 개발을 진행 중이다. 상하이(上海) 소재 코트라 중국 본부의 이효수 본부장은 “올 연말 연간 250만TEU 처리 규모의 양산 신항만이 개항할 경우 상하이와 양산항 일대가 ‘아시아 해운의 중심’으로 확고히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 푸둥(浦東)과 선전 바오안(寶安) 등 두 공항의 지난해 화물 운송량은 총230만t이 넘어 인천국제공항(213만t)을 추월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한국은 동북아 물류 허브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나 중국의 허브 공항이나 항만에서 화물을 받아 한국으로 2차 운송을 하는 지선(支線) 역할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선일보 / 송의달 특파원 2005-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