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도 특별전] 간도·독도…고지도 보니 한국영토

고지도는 영토 영유권을 놓고 국가간 분쟁이 발생했을 때 사료 가치가 빛을 발한다. 고래로 누구의 땅이었는가를 밝혀주는 데 지도만큼 결정적인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독도 문제가 논란이 됐을 때, 중국의 고구려 역사왜곡이 간도 영유권 문제로 확대됐을 때, 세간의 관심이 고지도에 쏠린 것도 이 때문이다.

‘독도는 한국땅’ 고지도 셀 수도 없어

고지도 연구가로 널리 알려진 이진명 프랑스 리옹대 교수는 4월 말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문화교류센터가 주최한 ‘세계 속에서 독도와 동해 바로 알리기’ 학술대회에서 각국의 고지도 수십 장을 제시하며 “한국이 일본에 주권을 뺏기기 이전인 1920년대까지 서양의 모든 지도가 독도를 울릉도와 함께 한국에 속한 것으로 분류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초 일본 시마네(島根)현 의회가 ‘다케시마(竹島)의 날’을 제정했을 때도 국내 연구자들은 한결같이 “독도가 한국 땅임을 증명할 방법은 수 없이 많다”며 역시 고지도들을 중요하게 들었다.

일본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근거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문을 내세운다. 제2장 제2조 (a)항 ‘일본은 한국의 독립을 인정하면서 켈파트(Quelpart)와 해밀튼 항구(Port Hamilton)와 다줄렛(Dagelet)과 같은 여러 섬을 포함하는 한국에 대한 모든 권리, 권원과 청구권을 포기한다’는 대목에 독도가 포함돼 있지않다는 것이다. 켈파트는 제주도, 해밀튼 항구는 거문도, 다줄렛은 울릉도이다. 조약문이 허술한 데다 새로 영토를 표시한 지도 한 장 없어 이것이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증명자료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특히 목포대 정병준 교수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대일평화조약문서철에서 발굴한 영국지도 자료는 당시 국제사회가 독도를 분명히 한국 땅으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1951년 3월 샌프란시스코 조약 초안에 쓰려고 영국 외무부 조사국이 제작한 지도에는 한반도와 일본 사이 해역에 제주도 대마도 울릉도 독도를 표기한 뒤 국경선을 그어 제주도와 울릉도 독도는 한국 영토로, 대마도는 일본 영토로 구분했다.

조선 땅이던 간도, 일제가 불법으로 넘겨

고구려 땅이었던 압록강과 두만강 이북의 간도 땅이 사실상 무주공산이 된 것은 청 왕조가 선조의 발상지라며 봉금지대를 선포한 이후부터다. 18, 19세기 서양 고지도들은 대부분 이 지역을 중국이나 한국 어느 쪽의 땅도 아닌 말 그대로 출입이 금지된 지역으로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조선인들은 이후에도 끊임없이

강을 건너 간도를 드나들었고, 19세기 말부터는 이곳에 집단 거주하면서 행정권까지 확립하는 등 이른바 실효적 지배상태를 유지했다.

이에 위기를 느낀 청 왕조는 국경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일방으로 백두산 정계비를 설치하고, 이 비문에 ‘서쪽으로는 압록강을 동쪽으로는 토문강을 경계로 한다’고 썼다. 간도 영유권 문제의 드러난 발단은 이 토문강이 어느 강이냐 하는 것이다. 중국은 두만강의 다른 이름이라 하고, 국내 학자들은 백두산 부근의 쑹화(松花)강 지류라고 해 주장이 엇갈린다. 답을 풀 실마리 역시 지도에 있다.

서지학자인 고 이종학씨가 수원시에 기증해 현재 선경도서관에 보관중인 ‘백두산 정계비 부근 수계(水系) 답사도’에는 백두산정계비에 쓴 것과 똑 같은 이름의 토문강이 백두산에서 발원해 곧장 북쪽으로 흘러 쑹화강에 합류하는 모습을 자세히 그려 놓았다. 만주철도부설권 등을 얻는 대가로 일본이 중국에 간도를 넘겨주기로 한 간도협약 체결 한 달 만인 1909년 10월 통감부나 군부대 등이 완성한 것으로 보이는 이 지도는 일제가 간도를 넘겨 주기 전은 물론 그 이후까지도 일관되게 간도를 조선땅으로 알고 있었다는 것을 입증한다.

서양 고지도에는 한국해 표기가 다수

‘일본해’ 표기의 위협을 받고 있는 ‘동해’ 문제 해법도 고지도에서 출발한다. ‘동해’ 표기를 ‘한국해’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미술사학자 이돈수씨는 “한반도를 그린 서양고지도 400여 점을 갖고 있는데
그 중에서 동해식 표기는 7%에 불과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한국해로 표기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에 어떻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느냐 하는 것인데 ‘한국해’야말로 국제사회에 설득력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표기명”이라고 말한다.

국정홍보처 해외홍보원이 영국 국립도서관 소장 지도 중 동해 해역을 담고 있는 16∼19세기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러시아의 고지도를 조사한 결과, 64점이 ‘한국해’, 9점이 ‘동해’, 8점이 일본해 등이었다.

하지만 ‘동해’ 표기 확산을 주도하고 있는 이기석 서울대 교수 등은 “서양 고지도에 ‘한국해’ 표기가 많이 사용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외국인들이 만든 외래지명일 뿐”이라며 “국제수로기구 등은 해당 국민들이 사용하는 명칭을 가능한 그대로 표준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어 동해 표기를 앞세워야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일보 / 김범수 기자 2005-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