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학이야기] 옛땅 회복의 노래 ‘다물흥방지가’

‘다물’은 오늘을 사는 우리가 되찾아야 할 영토와 정신

중국의 ‘자치통감’에 ‘다물(多勿)’을 이렇게 풀었다. “고구려 말에 옛 땅을 되찾는 것을 다물이라 한다(麗語謂復舊土爲多勿)”

‘다물’의 노래인 ‘다물흥방지가’는 고구려 을밀선인이 지었다. 그는 평양의 을밀대(乙密臺)를 지은 조의선인으로 22대 인장왕 때(530년) 사람이다. ‘참전계경’을 지었다는 유명한 재상 을파소의 후손이기도 하다. 그를 따르는 무리가 3000의 조의선인이었다. 이들은 함께 곳곳을 다니며 심신을 수련했다. 신라의 화랑과 유사한 것으로 훗날 을지문덕의 살수대첩을 이끈 20만의 핵심병력 역시 조의선인이었다고 전한다. 이들이 부르던 애창곡이 ‘다물흥방지가’였다. 단군의 옛땅을 찾는 것이 나라를 흥하게 한다는 의미다.

어느 언어학자의 주장에 의하면 ‘다물’의 당시 발음은 ‘따무르자’였다고 한다. 기개 넘친 3000여 명의 청소년이 ‘따무르자’를 노래하는 광경에서 ‘붉은 악마’의 열기찬 모습이 쉽게 연상된다. ‘다물’의 노래는 요즘말로 하면 당시 청소년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유행가 아니었을까.

사람속에 하늘과 땅이 하나됨이여, 마음은 신과 더불어 근본이 됨이라(人中天地爲一兮 心與神卽本). …. 하늘, 땅 위아래서 오직 내가 스스로 있음이여, 따무르자로 나라 흥하게 하세(天上天下自尊兮 多勿其興邦).

옛땅을 찾아 나라를 흥하게 하여 보세다. 이런 기상은 을지문덕 장군의 살수대첩에서도 나타난다. 그가 수나라 장수 우중문(于仲文)에게 보낸 ‘여수장우중문시(與隋將于仲文時)’에는 기상과 여유가 물씬하다.

“신묘한 계책은 천문을 깊이 연구했고, 기묘한 수책은 지리에 통달하였도다. 전쟁에의 공은 이미 높았으니, 족한 줄 아신다면 원컨대 멈추시오. (神策究天文 竗算窮地理 戰勝功旣高 知足願云止)”

이 시를 접한 우중문은 속았음을 알고 개전을 했지만, 살수에서 130여만 명에 이르는 수군은 거의 다 죽고 2700여 명만이 겨우 살아 돌아갔다. 을지문덕 장군은 매월 10월 초사흘이 되면 백두산에 올라 천제(天祭)를 올렸다고 한다. 그의 뿌리를 단군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붉은 악마’ 함성 연상돼

‘다물’의 노래 가사 중 ‘인중천지위일혜(人中天地爲一兮)’라는 구절은 천부경의 한 구절인 ‘본심본 태양앙명 인중천지일(本心本 太陽昻明 人中天地一)’에 나오는 말이다. 오늘날의 지식으로도 해석을 다 못하는 천부경이 고구려 청소년들의 노래로 불려질 정도로 일반적이었다는 말이다. 20만 명으로 130만을 섬멸할 수 있는 그 용기와 지혜가 다물에 나온다. 옛것을 되찾는 것이 나라를 흥하게 한다는 말은 강토의 수복만이 아니다. 홍익인간의 이상이 실현되던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다물흥방지가’는 “태백의 큰 가르침, 우리의 스승이니, 우리는 자손이기에 나라를 다스림에 고르지 않음이 없고, 우리의 스승이기에 그 가르침에 새롭지 않음이 없다”로 끝을 맺는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강역도 마음도 옛것을 되찾는 ‘따무르자’의 운동, 국학운동이 절실하다.

<이형래 / 세계역사문화연구소장〉

(뉴스메이커 2005-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