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HD 역사스페셜' 거대한 백제 고분의 주인을 찾아라!

지난 2003년 말 발굴된 충남 공주시 수촌리 유적. 무령왕릉 발굴 이후 백제 최대급 고분군(群)으로 끊임없이 학계와 세간의 관심을 모아왔다. 최근에는 이곳에서 발굴된 금동신발과 금동관모가 첨단의료장비인 3차원 CT(X선 컴퓨터 단층촬영)에 의해 영상으로 원형 복원돼 화제가 됐다.

8일 밤 10시 방송될 KBS 1TV ‘HD 역사스페셜―최초발굴 금동신발 속의 뼈 그는 누구인가’는 한 시간에 걸쳐 이 유적을 분석해 당시의 역사적 상황에 대한 다양한 가설을 내놓는다. 특히 여러 가지 자료를 통해 마지막 부분에 이 거대한 고분군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추론해낸다는 점이 도드라진다.

수촌리 유적에서는 하나도 나오기 힘들다는 금동관이 두 개나 나온 것을 비롯, 금동신발 세 켤레, 환두대도, 중국제 자기 등 140여점의 왕릉급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 금동신발 안에는 사람의 발뼈가 들어 있어 무덤의 주인공이 이 신발을 실제로 신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줬다. 제작진은 서울대 의학팀과 함께 발뼈 주인공의 실체를 추적한다. 첨단 현대의학으로 복원한 발뼈는 그 주인공이 성인 남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삼국사기’ 등 당시의 사료(史料)를 분석한 제작진은 이 고분의 주인이 백제의 대성(大性) 8족 중, 웅진(현 공주) 천도 당시 활동이 두드러진 백씨 세력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론했다. 백제가 475년 웅진으로 수도를 옮긴 이유는 고구려의 남하정책을 피하기 위해서였다고 알려져 있지만, 수촌리 유적의 발굴과 함께 웅진에 기반을 둔 강력한 호족 세력이 천도를 주도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연출자 공용철 PD는 “고대국가는 수도에 있는 세력이 가장 득세했는데, 웅진 천도 후 가장 힘을 얻었고 사비 천도에 가장 반대한 세력이 백씨인 만큼 수촌리 고분은 그들의 것으로 추측된다”며 “출토된 유물은 그들이 당시 왕과 대등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 최승현 기자 2005-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