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이 일어난 땐 하늘의 상징과 땅의 메세지 얻는 법”

삼국유사

“대체로 옛날 성인들은 예악으로써 나라를 세웠고 사랑과 정의로써 백성들을 가르치셨다. 이상하고 신비스런 이야기(괴력난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하나 제왕이 일어날 때는 반드시 하늘의 상징(부명)을 얻고 땅의 메시지(도록)를 얻는 법이다. 때문에 보통사람과는 다른 점이 있게 마련이다. 이렇게 보자면 우리 고구려· 백제 ·신라의 시조들이 모두 신비스러운 데서 나왔다고 하는 이야기가 어찌 괴상하고 이상할 것이 있을까보냐. 기이(紀異) 편을 이 책의 첫머리에 싣는 뜻이 정녕 여기 있다.”(기이 편 서문) “부여의 왕 금와는 유화부인을 방 속에 가두었다. 그랬더니 햇빛이 방 속으로 비쳐왔다. 그녀가 몸을 피하자 햇빛은 다시 쫓아와 비추었다. 이로 인해 태기가 있어 알 하나를 낳으니, 크기가 다섯 되들이만 했다. 왕은 알을 가축들에게 던져주었는데 개도 돼지도 먹지 않았다. 길거리에 내다 버렸더니 소와 말이 피해갔다. 들에 내다 버리니 새와 짐승들이 알을 덮어주었다.

왕이 쪼개보려 했으나 갈라지지 않아 그 어미에게 돌려주었다. 유화부인은 알을 싸서 따뜻한 곳에 놓아두었더니 한 아이가 껍질을 깨고 나왔는데, 골격과 외모가 영특하고 기이했다. 나이 겨우 일곱 살에 기골이 뛰어나서 보통아이들과 달랐다.

스스로 활과 화살을 만들어 쏘는데 백발백중이었다. 나라 풍속에 활 잘 쏘는 사람을 ‘주몽’이라고 그 아이를 주몽이라고 이름 붙였다.”(기이 편, 고구려 조) “육촌의 우두머리들이 높은 곳에 올라 남쪽을 바라보니 산 아래 우물가에 번개 빛처럼 이상한 기운이 땅에 닿도록 비치고 있었다. 그리고 흰 말 한 마리가 땅에 꿇어앉아 절하는 형상을 하고 있었다. 그곳을 찾아가 조사해 보니 자줏빛 알이 하나 있었다. 말은 사람을 보더니 길게 울며 하늘로 올라갔다. 알을 깨고 어린 아이를 얻으니, 모양이 단정하고 아름다웠다. 모두 놀라고 이상하게 여겼다. 그 아이를 샘에 목욕시켰더니 몸에선 광채가 나고 새와 짐승들은 와서 춤을 추었다.

이에 그 아이를 ‘혁거세’라고 이름 불렀다.” (기이 편, 신라시조 혁거세왕 조)

(한겨레신문 2005-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