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역사왜곡 지금도 진행중

‘고구려는 중국 고대 소수민족정권.’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29일 쑤저우(蘇州)의 고구려 유적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지 1년을 기념하는 특집 기사에서 이같이 보도했다. 관영 언론은 중국 당국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점에서 중국의 역사 왜곡은 여전히 진행형인 셈이다. 신화통신은 고구려가 고대 중국 동북지방에서 705년 동안 찬란한 역사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우리로 보아서는 중국의 고대사 역사왜곡인 중국의 동북공정이 본격적으로 도마에 오른 것은 지난해 이맘때쯤이다.

한·중은 이 문제로 외교갈등을 겪었고, 지난해 8월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이 한국을 찾아 ‘출판물 등을 통한 추가적인 역사 왜곡은 없을 것’이라는 등 5개항의 구두 양해 사항에 합의하면서 가까스로 봉합됐다. 얼마뒤 공산당 서열 4위인 자칭린(賈慶林) 정협 주석이 노무현 대통령과 만나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구두 메시지를 전하며 “중국은 2,000년 전의 역사문제로 양국 관계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후 고구려 역사 왜곡은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물밑으로 사라졌다.

1년여가 흐른 지난 23일, 중국을 방문한 이해찬 총리는 한국특파원들과 만나 “고구려사 문제는 양국이 구두양해를 서로 존중하는 입장이며, 중국도 이 문제로 양국 관계가 타격받아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성실하게 하려는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신화통신 보도는 중국이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바꾼 게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들에게 있어 고구려는 중국의 고대 역사의 한 부분으로 여전히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가 봉합된 뒤로는 기자도 한동안 체크해보지 않은 중국 사회과학원 변경사·지리연구센터 웹사이트(www.chinaborderland.com)에 다시 들어가보았다. 중국의 동북공정을 주도하고 있는 이 연구센터의 웹사이트에는 1년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고구려는 중국 고대 정권’이라고 표현돼 있었다. 중국의 역사 왜곡 행태는 여전한데, 바뀐 것은 역사를 지키겠다는 우리의 마음이나 의지가 아닌지 모르겠다.

(경향신문 / 홍인표 베이징특파원 2005-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