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독도 영유권 주장에 감정 앞서 日자료 동원하기도

근현대사 전공의 소장 학자들이 우리나라의 독도 연구 문제점을 잇따라 제기하고 나섰다. 학계와 정부의 독도 연구가 감정적인 반일주의에 매몰된 나머지 논리적 근거도 취약하고 기초적인 자료수집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목포대 정병준 교수(40·한국현대사)는 28일 독립기념관이 주관한 학술발표회에서 한국 정부와 연구자들이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주장하는 근거로 활용하는 관련 자료 상당수는 ‘독도는 일본 영토’라고 강변해온 일본 공무원이 제공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교수는 이날 발표한 ‘영국 외무성의 대일평화조약 초안·부속지도의 성립과 한국 독도영유권의 재확인’에서 해양수산부가 1997년 발간한 ‘독도:독도자료총람’에 수록된 독도 관련 미국·영국 문서 가운데 16개는 일본인 쓰카모토 다카시(塚本孝)가 제공했다고 밝혔다.

정교수는 “일본 국회도서관 직원이자 독도 전문가인 쓰카모토는 미국·영국 문서보관소 등에서 조사활동을 벌여 자료를 발굴, ‘독도가 일본령’임을 논증하는 자료로 사용했다”면서 “그가 발굴·사용한 자료들이 버젓이 해양수산부 자료집에 수록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교수는 “이후 발간된 독도 자료집은 해양부 자료집을 베끼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쓰카모토의 자료는 또 독도학회나 신용하 교수의 자료집에도 그대로 전재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정교수는 “한국 정부는 독도문제에 관해 미국·영국에서 단 한건의 문서관 조사(archives research)도 하지 않았다”면서 “일본 공무원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발굴한 자료에 기초해 한국의 독도영유권을 증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와 함께 고구려연구재단 배성준 연구위원(43·한국근대사)은 “학계가 지나친 선입관과 편견에 사로잡혀 독도문제를 바라보고 있다”며 “‘독도는 우리 땅’ 식의 경직되고 배타적 의식에서 벗어나야 개방적인 인식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배위원은 ‘문화과학’ 여름호에 기고한 ‘독도문제를 보는 비판적 시선을 위하여’라는 글을 통해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선입관에 결박되어 독도의 ‘진실’이 왜곡되고 있다”며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고 있었던 사실에서조차 많은 부분이 잘못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배위원은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근거로 ‘삼국사기’를 들고 있으나 이 책의 우산국은 울릉도일 뿐, 독도를 포괄한다는 이야기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독도’ 명칭이 처음 등장하는 것은 1906년 울릉군수의 보고서”라며 “‘역사적으로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라는 논지를 폈다.

배위원은 “지금까지 독도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민족주의적 인식이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민족적 반일감정,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휘둘린 독도 이해가 독도에 대한 비판적 연구를 거부하고 한·일간의 갈등을 증폭시켰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배위원은 “국제사법재판소 판결이나 전쟁 등을 통해 일본이 독도를 빼앗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며 ‘독도는 우리 땅’ 식의 인식은 독도영유권이나 한·일 및 동아시아 관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독도를 새롭고 낯설게 볼 것”을 제안한다. “동북아의 재구조화 속에서 독도의 다양성과 모호함에 눈뜰 때 독도가 갈등의 장소가 아니라 동북아의 평화와 연대를 위한 장소로 재발견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경향신문 / 조운찬 기자 2005-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