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무죄방지안'은 달라진 재판환경 대비책

중요사건 잇단 무죄 판결…`위기의식'서 나온 고육지책

검찰이 일선청에 `무죄선고 방지대책'을 하달한 것은 엄격한 증거를 요구하는 쪽으로 바뀐 재판환경에 대비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가 검찰조서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쪽으로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현실을 의식한 것도 무죄선고 방지책 마련의 배경이다.

검찰에서는 최근 유명 정치인의 뇌물 또는 정치자금 수수 사건이 잇따라 무죄판결을 받자 공판중심주의 등 사법제도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한 `안이한 현실인식'을 자성하는 기류가 팽배했다.

전체 범죄의 무죄율이 매년 높아지는 상황에서 급기야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킨 사건의 당사자들이 잇따라 무죄를 선고받고 자유의 몸이 되자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낀 것이다.

법원 통계에 따르면 2003년 검찰이 기소한 사건의 무죄율은 1.07%로 영미권 국가들의 무죄율 20∼30%에 비하면 훨씬 양호한 편이지만 2001년 0.70%, 2002년 0.73%보다는 높은 수치여서 검찰이 그동안 긴장해온 게 사실이다.

특히 금품수수 사건은 당사자 진술 외에 직접증거를 찾기 어려워 유죄입증이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비해 무죄를 선고받은 정치인들은 `끼워 맞추기 수사', `정치탄압'이라며 공세를 펴자 검찰은 부패사건 수사의지가 꺾이지 않을까 고민해왔다.

법원에서 최근 무죄를 선고받은 정치인 사건은 공여자 진술이 불분명해 금품전달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박지원ㆍ박광태ㆍ조희욱ㆍ이인제)와 금품은 전달됐지만 위법한 금품으로 보긴 어려운 경우(박주선ㆍ안상수.염동연)로 대별된다.

잇따른 금품수수 사건 무죄를 보완하려는 검찰로서는 금품 공여자의 일관되고 분명한 진술을 확보해 법정에 제시하거나 금품에 대가성이 있음을 입증할 객관적 물증과 정황증거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수사과정 영상녹화제 확대 및 과학수사 체제구축 ▲특별공판팀 운영 ▲기소심의제 및 사후평가체제 구축 등을 달라진 재판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카드로 내놓았다.

공여자가 검찰에서 금품전달 사실을 털어놓더라도 문서 형태의 조서는 법정에서 증거능력을 잃기 쉬운 만큼 영상녹화를 통해 공여자 검찰진술의 증거능력을 확보하겠다는 게 검찰의 일차적인 복안이다.

`영상녹화'로 진술의 신빙성을 확보하는 한편 계좌추적ㆍ금융분석 등 전문분야 수사인력 확충, 디지털 수집ㆍ분석센터 도입 등을 통해 과학수사를 추진하고 객관적 증거를 확보해 공소사실 입증능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에 수사검사와 공판검사로 분리돼 운영된 관행을 고쳐 중요사건의 경우 수사검사가 직접 태스크포스에 참여해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특별공판팀제'를 도입해 공소유지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마련했다.

영상녹화제 확대와 과학수사 체제구축, 특별공판팀 운영이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얻어내기 위한 것이라면 기소심의제 및 사후평가체제는 똑같은 잘못의 반복을 피해 무죄를 받지 않으려는 수사의 피드백(feed back)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중요사건의 경우 기소 전 일선 검찰청의 공소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는 한편 특별수사 사건과 무죄판결 사건은 사후 분석을 통해 기소의 적정성 여부를 심사함으로써 향후 유사사건 수사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이런 방안들은 "중요사건을 수사하면서 사건성격상 객관적 증거확보가 어려워 진술증거에 의존해 기소했거나 법원의 공판중심주의 강화 경향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점이 잇따른 무죄의 원인이다"는 검찰의 깊은 자성에서 나온 만큼 향후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 김상희 기자 2005-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