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학이야기] 단군은 신화가 아니다

고조선 건국은 분명한 ‘역사’… ‘단군 탄생신화’로 왜곡 바로 잡아야

단군 왕검은 기록된 역사의 인물이다. 다만 그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가 신화적일 뿐 고조선을 창건한 단군의 존재는 신들의 행적이 아니었다. 때문에 그의 탄생을 기록한 내용이 신화적이라는 데서 ‘단군 탄생신화’라는 용어가 올바른 것이다. 단군이 신화라면 고조선의 역사는 기록이 아닌 허구의 이야기가 되고 만다.

단군의 탄생은 물론 세계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건국의 인물은 예외 없이 신화적 배경을 안고 있다. 우리 역사만 해도 고구려·신라·가야 등의 건국 시조는 한결 같이 신화적이다. 붓다나 예수는 말할 것도 없다. 하늘이 보냈다는 ‘천손(天孫) 의식’은 천명(天命)사상의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나타났다. 통치의 정당성과 정통성의 증거로 ‘하늘에서 왔다’는 선민의식은 다른 부족에 대한 절대적 우월성의 표현이다. 그들의 역할이 하늘의 명을 대신한다는 천명의 현실화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탄생신화 속의 상징들

단군의 탄생신화도 같은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신화는 어느 한 시기에 만들어졌다 해도 생명력을 갖기 위해 오랜 시간에 걸친 공통의 문화 경험의 시험대를 통과해야만 했다. 다시 말해, 그 시대가 갖는 문화적 한계성을 여러 차례 극복한 뒤의 소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신화는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체계를 제시한 것이라 해도 무방하다. 때문에 단군의 탄생신화 속에서 한국문화 전통의 한 부분을 설명할 수 있는 원형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역사의 전개과정에는 연속성과 단절성이 부단히 교차한다. 사상의 흐름도 마찬가지다. 연속과 단절이 반복된다. 개념이나 사유의 체계도 이런 운동을 피할 수 없다. 시대적 변혁기엔 단절성이 강조되면서 연속성이 가벼이 취급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현대의 우리가 겪고 있는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나 종교간의 대립도 마찬가지다. 연속성은 진리성을 말한다. 단군의 탄생신화가 수천년의 세월 속에 부침하며 전해져 오는 것은 그 속에 진리가 있기 때문이다.

단군의 탄생 이야기 가운데 쑥과 마늘, 그리고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말라는 고행이 들어 있다. 왜 쑥이며 마늘인가? 왜 하필이면 100일인가?

마늘은 남자의 식품이고, 쑥은 여인의 피를 맑게 한다고 한다. 사람이 되기 위한 고행과 수도를 상징한 이야기다. 우리 전통에는 아기를 낳은 산모는 ‘삼칠일(三七日)’을 조심하고, 그 다음 100일을 잘 조리해야 젖살이 올라 육아에 이상이 없다고 한다. 쉽게 말해 단군의 탄생신화는 여인의 육아경험을 밝혀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것은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경험이다.

그렇기에 단군의 탄생신화는 아마도 여인네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구전되었을 것이란 추측이다. 단군 탄생신화의 다양한 해석 가운데 한국 여성들의 전통적 육아의 지혜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단군의 탄생신화를 알든 모르든 요즘에 태어나는 아기에게도 ‘삼칠일’은 똑같이 적용되고 있으니 말이다. ‘단군신화’라는 그릇된 용어가 건국조의 역사성을 왜곡하고 있다. 때문에 ‘단군신화’는 ‘단군 탄생신화’로 바로잡아야 한다.

〈이형래 세계역사문화연구소장〉

(뉴스메이커 2005-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