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개 민족의 뿌리는 하나''라는 중국 ''중화민족론''은 조작됐다

중국은 중화민족(中華民族)론을 내세워 한족(漢族)을 포함해 현재 중국 영역 내에 있는 56개 민족의 화합을 도모하고 있다. 중화민족론은 56개 민족이 모두 한뿌리에서 나왔고 계속 하나의 나라라는 인식 속에 살아왔다는 논리다.

최근 발간된 ‘천하국가’(김한규 지음, 소나무 출판)는 이같은 개념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는 ‘역사공동체’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서강대 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요동과 티베트 등 현대 중국사에서 중국의 ‘변강’(邊彊), 즉 주변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는 지역에서 나름대로의 그 지역만의 독특한 지역적·문화적·역사적 전통을 뽑아내고 이를 묶어내 역사공동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독립적인 역사를 가지고 있는 지역이라는 말이다.

요동과 티베트 외에도 ‘초원유목 역사공동체’, ‘서역 역사공동체’, ‘강저 역사공동체’, ‘만월 역사공동체’, ‘대만 역사공동체’ 등 중국에는 독자적인 역사공동체가 여러개 존재해 왔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중국 왕조가 조공과 책봉 제도를 통해 역사공동체들과 외교관계를 맺었고 이것이 동아시아 체제였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부제가 ‘전통시대 동아시아 세계질서’인 이유다. 책봉과 조공을 통해 각 역사공동체들은 중국 왕조로부터 독립적인 정치체제를 유지했다. 이렇듯 역사공동체는 중국의 역사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 결론이다.

그러나 중국의 역사연구는 중국 역사의 확대에 몰두하고 있다. 중국 허난성에 있는 중화삼조당(中華三祖堂)은 1998년에 만들어졌다. 중화민족의 세 조상을 모신 이 사당에는 황제(黃帝)의 상 양 옆에 염제, 치우의 상이 나란히 있다. 이민족의 신이자 정복의 대상이었던 치우의 상이 한족의 시조인 황제와 나란히 앉아 있다는 것은 중국 정부가 염원하는 56개 민족의 화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단, 여기서 화합은 한족(漢族)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다. 황제보다 조금 작게 만들어진 치우, 염제의 상은 이들이 동격이 아니라는 점을 나타낸다.

 

김 교수는 “중국이 애국주의 사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의 역사학은 정치에 복무하고 있다”고 학문의 합리성 결여를 비판했다.

그는 동북공정에 대한 국내의 반응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이다. 그는 “고구려는 요동 역사공동체에 속하는데 이를 자국의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중국도 그렇고 이에 대해 과민한 반응을 보인 우리도 당시 역사에 대한 객관적 인식이 부족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중화삼조당의 치우, 황제, 염제(왼쪽부터).

김 교수는 주제의 민감함을 의식한 듯 “역사적 사실이 현실의 상황을 결정할 수 없다. 중국이 과거에 여러 역사공동체였다는 사실이 중국이 정치적으로 분열돼야 한다는 당위성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학문적으로 봐줄 것을 당부했다.

(세계일보 / 안두원 기자 2005-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