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점휴업 상태 고구려사특위, 유홍준 청문회로 변질

지난해 8월 결성됐지만 딱 한 차례 회의만 열리는 등 ‘초라한 성적’을 가진 고구려사왜곡대책특별위원회가 20일 제2차 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이번 회의는 유홍준 문화재청장을 둘러싼 여야 의원들의 소모적 논쟁으로 맥없이 끝나버렸다.

이날 회의에서 유홍준 청장은 ‘고구려·발해 유적조사, 연구, 보존대책’ 보고에 앞서 17일 북한 노래를 부른 행동에 대해 “본의 아니게 물의를 일으킨 점을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여야 의원들의 논쟁은 지루하게 이어졌다.

김재경 한나라당 의원은 “당시 상황을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고 유 청장은 “친근감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노래를 불렀을 뿐이다”고 답했다.

안민석 열린우리당은 유 청장을 적극 옹호하며 “6.15 통일대축전 행사가 무사히 끝나니까 보수언론이 얼마나 아쉬웠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보수언론이) 꼬투리를 잡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구려 역사왜곡문제와 관련한 질의응답 시간에 뜬금없이 유 청장을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 사이에 논란이 벌어지자 이계진 한나라당 의원은 “질의 내용을 고구려사 대책에 대한 것으로만 한정하자”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같은당 김영숙 의원은 한술 더 떠 “(유 청장이 벌인 일은) 역사교육과 관련이 있으므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김 의원은 광화문 현판과 현충사를 언급하며 “국가보훈의 달인데 공직자로서 편향된 자세를 보여서야 되겠는가”고 강력히 항의하며 “(유 청장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의원들 간에 의견다툼이 계속 일어나자 고구려사특위 간사인 임종석 열리우리당 의원은 “고구려사 왜곡과 관련한 논의에 집중하자”고 의원들을 만류했다.

신학용 우리당 의원 역시 “특정 이슈로 상임위를 끌고 가는 것은 문제”라며 “대책 논의에 집중해야지 정치의사 발언으로 시간을 허비하면 안된다”고 일부 야당 의원들을 비판했다.

이후 잠시 동안 고구려 역사왜곡 문제에 대한 정상적인 질의응답이 오갔으나 김영숙 의원은 다시 한번 발언권을 신청한 뒤 흥분한 목소리로 유 청장을 비난했다.

그는 “일부 의원이 (유 청장에 관련한 논쟁을) 정치적 의사가 개입된 이념논쟁이나 소모적 낭비로 보고 있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마침 이 자리에 유 청장이 왔기에 교육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청장에 대한 논란으로 회의 시간이 소비되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 김 의원은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인데 (회의) 시간이 문제냐”고 말하기도 했다.

김 의원이 계속 유 청장 문제를 거론해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고구려특위 위원장인 정의화 한나라당 의원은 “고구려사특위의 출발이 늦은 만큼 고구려 문제에 관련한 발언을 중심으로 회의를 진행해 나가자”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여야의원 29명으로 구성된 고구려특위는 이날 의원들이 늦게 들어오는 바람에 예정시간에서 40분이 지나서야 의결정족수를 채워 소위구성에 관한 사항을 합의했다.

고구려특위는 △한·중 외교관계 대책 소위원회 △고구려사 관련 역사·문화 대책 소위원회 △남북한 공동조사 추진 소위원회 등의 구성에 합의하고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정 위원장은 “가뜩이나 특위의 출발이 늦었는데 상임위 일정을 잡기가 어렵다”며 “최우선 순위를 고구려사특위에 두자”며 의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했다.

(서프라이즈 / 김유정 기자 2005-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