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통일-김영남 면담...통일대축전 폐막

(평양=공동취재단) 6.15공동선언 5주년 통일대축전이 16일 폐막한 가운데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은 이날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 북핵문제와 남북관계 개선방안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나눴다.

정 장관은 이날 오후 7시 20분 북한 고위층용 연회장인 평양 목란관에서 우리 정부측 대표 8명과 함께 김 위원장을 예방, 20여분 정도 면담한 데 이어 김 위원장과 20여분 간 단독 면담했다. 또 김 위원장이 마련한 환송만찬에 참석했다.

정 장관은 면담에서 핵 포기시 체제안전을 보장하고 북ㆍ미 간 '보다 정상적인 관계'를 추진한다는 한미정상회담의 내용을 설명하는 한편 6자회담 복귀와 북핵 포기를 위한 전략적 결단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구두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은 이와 함께 남북대화의 정례화ㆍ정상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21∼24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15차 장관급회담부터는 한반도 냉전 종식과 평화 정착을 위한 논의를 본격 시작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올 광복절에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갖자는 제안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화 결과에 따라 정 장관이 이날 오후 늦게나 17일 귀환길에 오르기 전까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이에 앞서 백낙청 남측 준비위 상임대표와 박용길ㆍ법장 명예대표, 한명숙ㆍ장영달ㆍ원희룡 의원 등 민간 대표단 20명은 북측의 전격 초청으로 이날 오전 김영남 위원장을 예방, 6.15선언의 의미와 한반도 상황 등을 주제로 20여분 간 환담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여러분이 어려움을 이겨내며 통일운동을 벌여왔기 때문에 통일대축전이 대성황 속에 진행됐다"고 평가한 뒤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함이 없고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험담을 퍼붓는 등 미국이 우리를 정치.경제.군사 등 여러 분야에서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우리는) 조금도 끄떡하지 않고 경제건설을 다그쳐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북해외 공동행사준비위는 이날 오후 류경 정주영체육관에서 민간 및 당국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체육오락경기 및 통일대축전 폐막식을 거행했다.

백낙청 상임대표는 "축전의 성공적인 개최를 밑거름으로 민족 화해와 협력, 평화와 통일로 가는 7천만 겨레의 거대한 물줄기를 이어가자"며 폐막을 선언한 뒤 "8월 15일 남녘에서 다시 만나자"고 말했다.

폐막식에서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남측 개인ㆍ단체 6곳과 재중조선인총연합회 등 해외 단체 4곳, 건설건재공업성 등 북측 개인ㆍ단체 7곳이 이번 축전에 기여한 공로로 `6.15공동위원회' 명의의 지원증서를 받았다.

한편 정부 대표단은 오전에 작년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덕흥벽화무덤과 강서세무덤 등 고구려 고분을, 민간 대표단은 고(故) 김일성 주석 생가인 만경대와 만수대창작사 등을 각각 참관했다.

(연합뉴스 / 정준영.문성규 기자 2005-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