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행사 무천은 고조선 풍속”…기존 ‘동예’ 이론과 배치

그동안 동예(東濊)의 제천 풍속으로 알려진 무천(舞天)행사가 고조선의 풍속으로 기록된 문헌이 처음 발견됐다.

인천시립박물관 윤용구(43) 학예연구실장은 1907년 마크 아우렐 스타인(1862∼1943)이 둔황(敦煌)에서 영국으로 반출한 이른바 ‘둔황문서’ 중 하나인 토원책부(兎園策府·사진) 제1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견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책은 과거 시험에 출제될 예상 문제와 답안을 서술해 놓은 책. 당 태종의 7번째 아들인 장왕 운(蔣王 운)의 지시로 두사선(杜嗣先)이란 학자가 펴낸 것으로 국내에는 소개된 적이 없다.

이 책의 주석에는 고조선의 풍속으로 10월에 제천행사인 무천이 열렸고, 출정에 앞서 소를 잡아 발굽의 형상으로 길흉을 점치던 우제점(牛蹄占)이 있었다는 기록이 적혀 있다.

지금까지 국내 교과서에는 고조선 이후의 시기에 동예가 ‘무천’, 부여는 영고(迎鼓), 고구려 동맹(東盟)이란 제천행사를 한 것으로 실려 있어 앞으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 책의 ‘정동이(征東夷·동쪽 오랑캐인 고구려를 정벌하자)’란 항목에는 “고구려의 잔당이 남아 있다. 다시 군사를 일으켜 중화의 옛 땅을 찾으려는데 이를 위한 방책을 논하라”는 문제가 발견됐다.

윤 실장은 “눈엣가시인 고구려를 정벌해야 했던 당 태종은 신하들이 고구려 정벌에 반대하자 침략의 당위성을 알리기 위해 이런 문제를 출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 차준호 기자 2005-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