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사는 분명한 한국의 역사"

`붉은 수수밭` 의 작가 모옌 서울 국제문학포럼 참석

"인간은 반은 동물, 반은 신(神)적인 존재입니다. 극심한 기아에 허덕일때 인간은 어떻게 행동할까.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인간 변화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붉은 수수밭`의 작가 모옌(50)은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한국을 방문, 이렇게 말했다. 박달나무 끝을 날카롭게 깎아 참기름을 먹인 뒤 항문에서부터 몽둥이로 박아넣어 목 뒤로 뚫고 나오게 하는 형벌 탄샹싱. 작가 모옌은 장편 `탄샹싱`의 혹형묘사를 통해 인간본성 및 역사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 바 있다.

"`탄샹싱`은 동료 중국인들로부터 민중의 통곡소리 들린다는 평을 얻은 작품입니다. 청나라 말기 처참한 현실을 다룬 이 작품은 새로운 유형의 역사소설이라 할만 합니다. 현대의 역사소설은 100년전 것과 구별돼야 합니다.

장편 `붉은 수수밭`은 고향 마을의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 일본 침략을 다룬 이 소설과 관련 모옌은 최근 일본 정치인들의 행보를 비판했다. 정계 지도자들의 신사참배는 국가 이념및 향후 진로와 관련있다는 주장이다. 모옌은 동북아 평화를 위해선 각국의 이익만 앞세우지 말고 대화해야한다고 말했다. "고구려 문제에 관해선 현재 고구려가 중국땅에 위치하고 있음을 확실히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고구려 문화는 한국에 가깝다는 느낌입니다. 아직 일반 대중은 동북공정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습니다. 문제가 커진다면 한국 역사로 인식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옌은 "문화는 교류하는 것으므로 어느 순간 엇비슷해지기도 한다"고도 덧붙였다.

또 모옌은 "최근 한국 단편을 많이 읽었다"며 "대도시 일상의 번뇌를 다루는 수법이 뛰어난 만큼 역사소설 등 대작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모옌 약력

△1955년 중국 산동성 가오미현 출생 △베이징 사범대 졸업 △1986년 붉은 수수밭 발표, 1988년 장 이모우 감독이 영화화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 수상 △장편 `술의 나라` `풍유비둔`

(헤럴드경제 / 윤승아 기자 2005-5-30)

[2005 국제문학포럼]“옛 中동북성은 한국문화 꽃핀곳”

‘붉은 수수밭’ ‘패왕별희’의 작가 모옌(50)은 2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 국제문학포럼 기자회견에서 “고구려는 결국 한국의 역사로 기록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중국이 고구려 역사 왜곡 문제로 외교 분쟁을 겪은 데 대한 견해를 묻자 “옛 고구려는 현재의 중국 동북성을 근거지로 했지만 훌륭한 한국 문화가 꽃핀 곳”이라며 그렇게 답했다.

모옌은 당대 민중의 소소한 삶들을 깊이 있는 시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중국 최고의 문인이다. 비교적 근작이라 할 ‘술의 나라’(1993) ‘탄샹싱(檀香形)’(2001) 등은 환상적인 요소가 깃든 작품으로 중국 사회를 우회적으로, 세련되게 비판하고 있다.

“‘탄샹싱’은 청나라 말기가 배경입니다. 부패한 관리나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들이 처참하게 처형되는 모습과 그걸 집행하는 망나니 등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당시의 혼미한 사회상을 반영한 거지요. 중국의 한 비평가는 이 작품을 읽고는 ‘민중의 통곡 같은 것을 엿들었다’고 말하더군요.”

술고래로 이름난 그는 술 질문에 쑥스러웠던지 “술을 먹고 글을 쓴 작가 중에 위대한 사람도 있다”는 말을 내세워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젊은 시절에는 큰 고량주 한 병을 앉은 자리에서 해치울 정도”였다며 “술 때문에 병원 신세도 여러 번 졌다”고 고백했다. 사실 ‘술의 나라’ 같은 역작이 탄생하게 된 데는 그의 주력(酒歷)이 한몫 했다. “술 마시는 장면, 애주가들의 모습은 실제 경험에서 따왔다”는 것이다. “술을 통해 인간이 타락할 수 있으며 어떻게 위안받을 수 있는지를 가미해서 썼다”고 그는 설명했다.

“시대가 바뀔 때 인간의 모습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묘사하는 것은 당대 작가의 중요한 의무입니다. 예를 들어 50년 전 중국에 대기근이 들어 기아에 허덕이게 됐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변질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에 저는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거기서 표출되는 인간 본성을 짚어내는 것이지요. 전쟁 때 학살을 자행한 군인을 탓하기 이전에 전쟁이 가진 속성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모옌은 한류의 파급력도 언급했다. “과거 중국 문화가 한국 문화에 영향을 많이 끼쳤지만 지금은 상황이 거꾸로 됐습니다. 지금 중국 젊은 학생들은 한국 문화에 열광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요.” 내친 김에 축구 얘기까지 끄집어냈다. “중국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에 비해 경기를 소극적으로 풀어간다”면서 “한국은 국토는 작지만 사람들의 정신력만큼은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 조장래 기자 2005-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