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공권력이 이렇게 만만해서야

불법을 넘어 무법까지 일삼는 중국 어선에 대해 강력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지난 24일 새벽 서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해양경찰관 4명이 중국 어민들이 휘두른 쇠파이프에 중경상을 입었다. 특히 얼굴을 맞고 쓰러진 우리측 팀장은 칠흑 바다에 내던져져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 했다고 한다.

2001년 한·중 어업협정 발효 후 4년이 지나도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 행위는 계속되고 있다. 이들의 꽃게 싹쓸이와 우리 정부의 속수무책에 오죽했으면 서해 어민들이 항의 시위를 벌였을까. 중국 당국은 말로는 단속한다면서도 사실상 묵인하고 있어 어업협정 체결이 무색할 정도다.

수십 척씩 떼지어 불법조업하는 중국 어선들은 우리 해경의 단속을 받게 되면 쇠파이프,손도끼 등을 휘두르는 해적으로 돌변한다. 2002년부터 최근까지 중국 어선 나포 과정에서 부상당한 해양경찰관이 13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처럼 거친 중국 선원들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경비인력과 첨단 장비를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번에 부상당한 검거조 팀장의 나이(47세)에서 보듯이 경비함정 근무자는 고령화되어 있다. 순발력이 있는 젊은 특공대원들이 경비함정에 배치돼야 할 것이다. 흔들리는 선상에서 총을 함부로 쏠 수가 없고, 전자충격파와 진압봉 만으로는 제압하기가 쉽지 않다. 또 협정 이후 경비수역은 5배 이상 늘어나 저공 비행 헬기 등의 도입이 시급하지만 예산지원은 제때 안되고 있다.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단속하는 것은 우리의 해양주권을 지키는 일이다. 해경이나 인천시 해양수산부가 중국에 항의를 하지만 중국 어선의 불법 행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제는 범 정부차원에서 대처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고구려 역사 침탈에서 보듯 중국에 대해서는 유독 할 말도 못한다. 한 나라의 공권력이 타국의 어부들에게 두들겨 맞는데도 본때를 못보인다면 주권 국가도 아니다. 정부는 중국측에 강력한 처벌과 재발 방지를 다짐받는 외교력을 보이라.

(국민일보 2005-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