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외교부, “부시가 6자협상 분위기 망쳐" 맹성토

양시위(楊希雨) 중국 외교부 한반도문제 담당국장이 12일(현지시간) “미국 부시 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을 재개시키려는 노력을 훼손시키고 있다”고 이례적으로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을 직접 거명하며 강도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中외교부 국장, “美, 북핵협상재개노력 훼손” 이례적으로 미국 비난
  
13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양시위 국장은 이날 NYT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종식시키기 위한 확실한 성취가 아직 없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노력이 성공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측의 협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폭군'이라고 부른 것을 예로 들며 “미국이 진지하게 협상할 것이라고 북한을 설득했던 몇주간의 (중국측) 노력을 무위로 돌려 협상 분위기를 망쳤다”고 부시 대통령에게 직접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그는 이어 "부시 정부는 북한 외교관들과 커피를 마시던지 밥을 먹던지 신뢰를 만들어내기 위해 ‘비공식적인 대화 채널’을 찾으라"며 뉴욕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촉구한 뒤, “어떤 새로운 제스처가 없다면 회담 재개를 막는 방해물을 이겨내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과의) 비공식 접촉을 꺼려한다는 것을 안다”면서 “그러나 세계 수퍼파워로서 회담 재개를 위해서 보다 유연성과 진지함을 보여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NYT는 이와 관련, “양 국장의 이러한 발언은 그동안 수개월동안 회자되던 것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을 비롯한 미 정부 최고 관리들의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사적인 공격이 북한 관리들의 체면을 손상시켰고 결론을 도출하는 데 방해물이 돼 왔다는 얘기들이 있어왔다”고 덧붙였다.
  
NYT는 또 “양시위 국장의 발언은 중국 정부는 그동안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언론에 거의 발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목할 만하다”면서 “이러한 발언은 부시 정부에 대한 중국 당국의 점증하는 좌절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北핵실험준비 증거도 확실하지 않아” 대북 제재 반대
  
양 국장은 한편 그동안 NYT등이 보도해온 북한 핵무기 실험 준비설에 대해서도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중국은 북한에 핵실험 내지 다른 도발적인 핵능력 과시가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매우, 매우 분명히’했고 북한이 그 단계를 취할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은 그 결과를 매우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면서 “실험을 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미국이 중국에게 북한에 대한 석유-식량 공급 중단 압력을 가했는지에 대해 당혹감을 표시하며 “당신이 역사를 본다면 제재가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한 경우를 찾지 못할 것”이라고 대북 제재의 비효율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지난달 방중했을 당시 석유중단을 요구했으나 자신이 이를 거부하는 대신 식량제공중단을 시사했다는 <워싱턴포스트> 보도와 관련해서도 “그런 선택을 논의하지 않았다”고 강력 부인했다. 그는 “식량과 석유 등을 포함한 다른 제재 필요성이 없다”면서 “안보리 제재 등의 아이디어도 반대한다”고 분명히 했다.
  
그는 그러나 중국은 “현 시점에선” 대북 제재에 반대한다고 말해,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평화적인 해결책 추진 약속을 저버릴 경우에는 입장이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NYT는 전했다.

(프레시안 / 김한규 기자 2005-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