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훌륭한 유물은 왜 모두 영국 프랑스에 가 있는지...”

“좋은 것은 영국이나 프랑스에 다 가있는 것 같다. 문명이 유럽에만 있는 것은 아닌데.”

노무현 대통령이 영국과 프랑스박물관이 타국의 문화재를 소유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노 대통령 내외는 11일 오후 우즈베키스탄 제2의 도시 사마르칸트를 방문해 울르그백 천문대와 아프로시압 박물관, 레기스탄 광장, 구르아미르(왕의 무덤)를 방문했다. 노 대통령은 15세기 초 건축된 울르그백 천문대의 천체관측기기 원본이 영국에 있다는 설명을 듣고 이 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당초 구르아미르를 방문한 뒤 영빈관에서 휴식을 취할 예정이었으나 레기스탄 광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대체하고 일정을 앞당겨 타슈켄트로 복귀했다. 사마르칸트 방문에는 카리모프 대통령이 동행할 예정이었으나 이날 오전 카리모프 대통령이 예정에 없이 노 대통령의 전몰자기념비 헌화와 양국 경제인오찬에 동행했고, 오후에는 한국 중소기업대표단을 대통령궁에 초대함에 따라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총리가 동행했다.

“좋은 건 다 영국·프랑스에…” 아쉬움

오후 3시, 울르그백 천문대를 방문한 노 대통령은 현지 여성 안내자의 설명을 들으며 1908년 발견된 15세기 초의 천체관측 시설부터 관람했다. 당시 별의 움직임 등 천문학과 관련된 이야기를 주고받던 노 대통령은 안내자가 천문대 벽에 있는 당시 1년의 길이를 365일 6시간 10분 8초라고 측정한 내용을 소개하자 “우리가 알기로는 365일 (6시간) 48분 46초로 기억한다”며 정확성에 놀라움을 표했다.

이어 전시함에 보관된 천체관측기기를 보며 “한국에도 비슷한게 있다”고 말한 노 대통령은 원본이 영국에 있다는 설명에 “좋은 것은 영국이나 프랑스에 다 가있는 것 같다”며 “문명이 유럽에만 있는 것은 아닌데”라는 촌평을 남겼다.

울르그벡 천문대에 이어 아프로시압 박물관을 찾은 노 대통령은 고구려 사신으로 추정되는 벽화가 있는 전시실을 찾았다. 노 대통령은 왼쪽 면의 벽화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저 벽화는 손오공을 닮았다” “현장법사(현장삼장법사)도 닮았다”며 가벼운 농담을 던졌다. 또 전면에 고구려 사신으로 추정되는 벽화 앞에서는 “여기 와서 고향사람 만나네”라며 그림을 가리키는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이어 레기스탄광장에 도착한 노 대통령 일행은 메드레세로 불리는 3개의 사원으로 들어갔다. 특히 3개의 건물 중 가장 화려한 티리카리 메드레세사원에 들어가 기도하는 장소와 천정의 화려한 장식에는 감탄을 표했다는 후문.

사마르칸트의 마지막 일정은 구르아미르였다. 우즈베키스탄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티무르 일가의 가묘인 구르아미르를 방문한 노 대통령은 다시 만들었다는 돌 울타리를 만지며 “돌을 쪼아 이렇게 만들다니”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관람을 끝내고 차를 타러 나오면서 노 대통령은 권양숙 여사에게 “현재의 권력자라면 도저히 지을 수 없는…”이라고 말했다.

직시심체요절, 관음보살좌상 등 해외 박물관 소장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을 통해 한국에 진출한 외국인들에 의해 집중적인 문화재유출을 경험한 뼈저린 경험이 묻어나는 대목이었다. 일본에 의한 해외반출이 가장 많았으나 서양세력의 반출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한국 고서들은 원래 강화도 외규장각에 소장돼있던 것들로 병인양요 때 프랑스 군인들에 의해 약탈됐었다. 구한말 프랑스 공사로 있던 플랑시는 재임 기간 중 바라 및 모리, 쿠랑 등 인류학자들의 도움으로 한국유물과 고서적을 상당수 수집했으며 이 유물들은 현재 파리 국립 기메동양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현재 기메박물관에 소장된 한국 유물은 914점으로, 그 중에는 ‘철조 천수관음보살 좌상’과 같이 국내에는 희귀한 유형의 불상도 포함되어 있다. 플랑시의 수집품에는 수백 권의 고서도 포함되어 있으며 파리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으로 인쇄한 ‘직지심체요절’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반출경위가 명확하지 않은 불화 등 수많은 한국의 유물들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미국 프리어 갤러리, 클리블랜드 박물관, 필라델피아 박물관, 호놀룰루 미술관, 영국 대영박물관,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 독일 베를린 박물관, 벨기에 브뤼셀 박물관 등에 전시되고 있다. 그중 하버드 대학의 포그미술관에 소장된 고려시대의 ‘관음보살 좌상’은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명품이다.

(서프라이즈 / 이기호 기자 2005-5-12)

사마르칸드에 있는 고구려 사신 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