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위원장 핵 보유ㆍ폐기 놓고 갈등"

"北핵개발 어느 단계인지 中도 알지못해"

왕자루이(王家瑞)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10일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핵 보유와 핵 폐기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왕자루이 부장은 이날 중국을 방문한 한국의 여야 의원단을 만나 북핵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북한 당국이 최종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채 오락가락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왕 부장은 또 "북한의 핵 실험설까지 나도는 현재 상황에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한나라당 맹형규(孟亨奎) 의원 질문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도 북한의 핵 개발이 어느 단계에까지 가 있는지 정확한 정보가 없으며, 예측이나 분석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한반도 평화는 한ㆍ중 양국의 공동 목표이며 중국은 책임지는 자세로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함께 왕자루이 부장은 자신의 지난 2월 방북이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 최선이라는 점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소개한 뒤 "김정일 위원장에게 국제정세로 봐서 북한의 핵 개발을 어느 나라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 접촉을 실현하려 하지만 부시 행정부가 '폭정의 전초기지'란 표현에 대해 먼저 해명해야 한다고 말해, 회담 복귀를 위한 일정한 명분을 미국으로부터 얻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고 왕 부장은 전했다.

왕자루이 부장은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볼 때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면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미국이 먼저 해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밖에 "김 위원장도 북한의 경제발전과 주민 생활수준 향상이 절실하다는 점을 아는 것 같았다"면서 "아울러 김 위원장은 미국의 북한정권 전복을 우려하지만 핵 개발로 이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그러나 "미국이 북한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문제해결이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북한과 미국이 서로 양보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미국에 대해 설득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북한에 (회담 복귀의) 명분을 줄 수 있는 한마디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북핵문제가 안보리에 회부될 경우 중국이 취할 입장에 대해 "어떤 결의안을 발의할지 두고 봐야 할 일이며 그 때 가서 입장을 밝히겠다"며 직답을 피했다.

이와함께 왕 부장은 "대북지원을 중단하면 고통받는 것은 김정일을 비롯한 지도층이 아니라 인민들"이라며 "지원 중단은 곧 6자회담의 포기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박기성 특파원 2005-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