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에 비친 `대제국의 혼`

高大 100주년기념 '고구려 특별전'

고(故) 청명 임창순 선생의 광개토왕비탁본(청명본)과 북한 조선 중앙역사박물관에서 대여한 남포시 강서구역 소재 태성리 3호분 출토 무덤돌기둥,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시에서 출토돼 일본 교토대 총합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부뚜막과 천추명(千秋 銘)전돌 등.

고려대박물관이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오는 7월10일까지 백주년 기념삼성관 내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고 있는 ‘한국 고대의 글로벌 프라이드, 고구려’ 특별전은 남북한과 일본 등지의 고구 려 유물 230여점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중국측에서 대여를 허락하지 않아 당초 남북한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의 고구려 유물을 함께 전시하려던 계획은 차질을 빚었지만 그동안 국내에서 열렸던 고구려 관련 전시회가 유적·유물 사진이나 고분벽화 모사도 중심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발굴자료와 실물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특별전에는 고려대박물관 소장 고구려 유물 50여점을 비롯해 국립중앙박물관·서울대박물관 소장품 등 국내의 고구려 유물 80여점, 북한 조선중앙역사박물관에서 대여한 60점, 교토대 등 일본의 고구려 유물 40여점 등 총 230여점이 출품됐다. 이들 유물은 고구려의 신앙과 예술, 고구려의 기와, 고구려의 금속유물, 고구려의 와당, 고구려의 불상, 고구려의 금석문, 동북공정의 고구려사 왜곡문제 등의 코너로 나뉘어 전시중이다.

남북 관계가 경색돼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북한측에서 대여해 준 유물 중에는 평양시 대성구역 출토 불꽃뚫음무늬금동보관과 평양시 역포구역 진파리7호분 출토 해뚫음무늬금동장식, 평양시 평천구역 평천리사지 출토 영강7년명금동광배, 함경남도 신포시 오매리 절골 유적 출토 명문(銘文)금동판, 강원도 철령 출토 철제 말 및 사신상(四神像) 등이 포함됐다. 19세기말 광개토왕비가 재발견된 초창기에 뜬 탁본으로 이후 탁본의 대량생산 등의 목적으로 석회가 칠해지기 전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서 원석(原石)탁본으로 불리며 높은 자료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일본의 미즈다니(水谷) 탁본과 임창순 선생의 청명본도 함께 공개되고 있다.

이 중 미즈다니본은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으로부터 탁본의 필름을 받아 실물크기로 인화한 것이다.

이밖에 중원고구려비탁본(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 소장)과 평양 성석각탁본(개인 소장), 중국 지린성 지안시에서 출토된 귀면문 수막새(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경기도 구리시 아차산4보루에서 출토된 농기구 일괄(서울대박물관 소장) 등도 관람객의 눈길을 끈다.

숙명여대 고구려문화재연구소에서 재현한 고구려 고분벽화와 고구려 복식 등도 이번 특별전의 볼거리다.

최광식 고려대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는 동북공정 등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비판의 의미를 갖고 있다”며 “고구려의 역사와 문화가 우리 것이라는 것을 전시회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전시와 관련, 고려대박물관이 지난 6~7일 백주년기념 상성관에서 연 ‘고구려와 동아시아 - 문물교류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학술대회에 참가한 나가시마 기미치카(永島暉臣愼) 일본 NPO법인문화재조사연구소장은 지난 2002년 북한 사회과학원과 일본 고구려회가 합동 발굴조사한 황해북도 연탄군 송죽리 벽화 고분 및 남포시 강서구역 소재 태성리 3호분의 발굴성과를 공개 했다. 이중 송죽리 벽화고분과 출토 유물 등은 나가시마 소장이 지난 2002년 부산대박물관에서 사진자료로 소개한 바 있으나 지난 2001년 확인된 태성리 3호분의 발굴장면과 도면, 형체를 알아 보기 어려운 조각난 벽화 사진 등은 이번 특별전에 전시되고 있는 무덤돌기둥과 함께 처음 일반에 소개되는 것이다.

매주 월요일 휴관. 일반 3000원, 학생(초등학생부터) 2000원. 02-3290-1510~2

(문화일보 / 최영창 기자 2005-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