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실험설’ 北 허세-美 조작 ‘진실게임’

북한이 조만간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정보가 우후죽순처럼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런 정보가 과연 신빙성이 있는가 하는 의문도 함께 증폭되고 있다.

◇ 핵실험설의 근거 =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전망은 그동안 북한의 행보와 위성사진에 근거하고 있다. 북한은 2003년 국제원자력기구 감시단을 축출한 이후 플루토늄 재처리를 강행해왔으며, 10개월 넘게 6자회담을 거부하면서 그 사이 핵보유를 선언했고, 최근엔 미사일 실험발사 등 핵실험을 시사하는 언행을 일삼아왔다. 이런 와중에 핵실험 준비로 추정되는 위성사진이 미국 정보당국에 포착돼 언론에 간간이 소개되다 지난 6일 뉴욕타임스의 ‘북한 핵실험 준비 징후’ 보도를 계기로 기정사실처럼 급속히 퍼지고 있다. 팻 로버츠 미 상원 정보위원장은 CNN과의 회견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밝혔다.

◇ 핵실험설의 신빙성 = 이런 정황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실험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는 것은 크게 두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북한에 대한 정보의 빈곤 내지는 부정확성이다. 북한의 폐쇄성으로 인해 미국이 얻는 대북 정보의 주요 소스는 첩보위성을 통한 영상이다. 그러나 위성사진만으론 핵실험 준비의 진상을 정확히 가려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또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더욱 많은 보상을 얻어내기 위해 쇼를 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미 행정부내의 판단이다.

둘째는 이라크전쟁의 교훈이다. 미국은 이라크 침공당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와 알 카에다와의 연계를 주요 명분으로 삼았다. 그러나 이는 종전후 모두 사실이 아니거나 증거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이 사례는 미국이 자신의 입맛대로 정보를 얼마든지 왜곡할 수 있음은 물론 정보를 취합·분석하는 과정에서 ‘의도적 오류’가 개입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북한 핵실험 징후를 보도했던 뉴욕타임스는 8일자에선 부시 행정부의 관리들은 정보를 정책 방향에 맞추도록 압력을 가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북한 핵실험설 정보도 부풀리거나 왜곡한 것일 수 있다고 상기시켰다. 이 신문은 부시 행정부내 일부 인사들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재빠르게 알리고 있지만 최소한 한 정보기관은 “위성사진이나 보고서 등에서 특별히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아사히 신문도 이날 “북한이 핵실험을 성공시켜 ‘핵 보유국’임을 과시할 가능성을 부정할 수는 없으나 현재의 움직임이 북한의 허세이거나 미국의 정보조작이라는 억측도 강해 북핵을 둘러싼 의문은 깊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미국이 ▲중국과 한국 등 회담참가국들에 위기감을 갖도록 해 북한의 회담복귀를 압박토록 하고 ▲유엔 안보리 회부 등 북한에 대한 제재 명분을 축적하려는 의도를 갖고 이런 정보들을 일부러 흘리는 게 아닌가 하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현재 북한의 상황은 정보가 좀처럼 확정되기 어렵고, 그래서 쉽게 조작될 수도 있음을 새롭게 일깨워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 정동식 특파원 2005-5-9) 

"북핵실험준비 北허세-美정보조작 견해도" <아사히>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북한의 '허세'이거나 미국의 '정보조작'이라는 견해가 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9일 보도했다.

미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핵실험 장소 후보지로서 정찰위성이 감시해온 지점에서 이해하기 힘든 움직임이 확인됐다"며 "북한 북동부 산중에 큰 터널이 뚫려있었으나 최근 메워진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당국자는 "흐린 날과 야간 등에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위장공작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핵실험을 하는 것을 보여주어 (미국과의) 협상에 활용하려는 것이지, 진짜 실험을 하는 것인지, 단순 탄광 공사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북한이 핵실험을 성공시켜 '핵보유국'임을 과시할 가능성을 부정할 수는 없으나 현재의 움직임이 북한의 허세이거나 미국의 정보조작이라는 억측도 강해 북핵을 둘러싼 의문은 깊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의 정보조작설과 관련, '핵실험 준비'를 뒷받침하는 견해가 잇따라 흘러나오는 것은 북한의 불온한 움직임에 주목을 모아 중국에 위기감을 갖도록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6자회담 중단 만 1년을 맞아 북한이 '6월 핵실험'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도 있으나 6월은 남북 정상회담 5주년이 되는 시점인데다 노무현 대통령의 미국방문이 검토되고 있어 강행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이야말로 '김정일 체제의 보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생존을 걸고 실험을 강행할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국이 지금처럼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실험'이라는 확고한 증거를 들이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 신지홍 특파원 2005-5-9) 

"핵탄두, 美 1만350, 러 1만6천" <NYT>

北 6∼8개 추정..영향력 미국 맞먹어

미국과 러시아가 전세계 핵탄두의 약 95%를 보유하고 있으며, 북한은 6∼8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뉴욕타임스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미국 자원자원보호위원회(NRDC) 통계를 인용해 러시아의 핵탄두는 총 1만6천여개로 이 가운데 실제 운용중인 핵탄두는 7천2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구 소련으로 물려받은 핵탄두는 1980년대 중반 4만5천개로 피크를 이룬 뒤 감축됐으며, 미ㆍ러간의 지난 2002년 협정에 따라 2012년 말까지는 핵탄두를 2천200개로 줄여야 한다.

또 미국의 경우 운용중인 핵탄두 5천200개와 잠재적 핵탄두 5천150개 등 총 1만35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역시 2012년 말까지는 핵탄두를 2천200개로 감축해야 한다.

이와 함께 중국이 400개의 핵탄두로 핵무기 보유 3위를 차지했고, 이어 프랑스 350개, 영국 200개, 이스라엘 100∼200개, 파키스탄 40∼60개, 인도 40∼50개로 뒤를 이었다.

지난 2003년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을 탈퇴한 북한은 6∼8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뉴욕타임스는 `제2기 핵무기 시대'에서 핵무기의 정치적 파워는 냉전시대 처럼 보유 핵탄두의 수에 의해 좌우되는 게 아니라,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팔 수도 있을 정도로 광적이라는 인식을 전세계에 심어주는 능력에 따라 좌우된다고 지적했다.

단 6개의 핵탄두만 갖고 있어도 미국이 실전 운용하고 있는 핵탄두 5천200개와 맞먹는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

특히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추정 핵전력의 15% 정도가 사라지지만 아직 남아 있는 잔여 핵전력의 정치적 가치를 높여주기 때문에 김정일로서는 의미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샘 넌 전 상원의원은 북한 핵실험설과 관련, 단 한개의 핵무기가 동북아에 미칠 영향을 과소 평가하기 쉽지만 그것은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다른 나라들의 행동을 유발하는 한편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 이래운 특파원 200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