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익 우려' 국적포기 철회 조짐

오늘만 7건 포함 총 10건 철회…포기는 전날보다 28% 줄어

병역기피 목적의 국적포기를 불가능하게 한 새 국적법의 다음달 시행을 앞두고 국적을 포기했던 사람들이 불이익 등을 우려, 국적포기를 철회하는 사례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법무부는 13일 "지난 10~12일 사이 매일 1건씩 있었던 국적포기 신고 취하사례가 13일 7건으로 집계됐다"며 "개정 국적법 시행을 앞두고 성급하게 국적포기를 한 사람들이 그에 따른 불이익을 알게 되면서 신고를 취하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개정 국적법의 국회통과후 국적포기 신고를 했다가 다음달 시행 이전에 취하한 이중국적자에 대해서는 그 의사를 존중, 포기신고에 대해 반려처리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 접수된 국적포기 건수는 101건을 기록, 전날의 141건에 비해 28.3% 감소, 병역기피 목적의 국적포기에 대한 사회의 따가운 시선과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국적포기 결정을 신중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법무부는 지난 4일 국적법 개정안 국회통과후 국적을 포기한 이중국적자 중 10명이 부모 직업란에 공무원으로 기재했으며 확인 결과 5명이 국·공립대 교수, 연구원, 교사 등 공무원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교관 부모의 존재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새 국적법 국회통과후 이날까지 국적포기를 신청했다가 철회한 10건 중 부모 직업이 공무원 신분으로 확인된 것은 1건으로 나타났다고 법무부는 덧붙였다.

(연합뉴스 / 조준형 기자 2005-5-13) 

"내 아들 군대 못 보내" 국적포기 폭증

개정안 통과후 100배이상 늘어, 95% 남자…대부분 사회지도층·상류층 자녀 추정 "국적 포기했으면 한국 떠나야" … "국가가 의무만 강요하는 것 같아 억울"

하루 평균 1-2건에 불과하던 국적포기 신청자 수가 국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 4일 이후 100배 이상 폭증하고 이들 중 대부분이 병역 면제를 목적으로 한 남자인 것으로 나타나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11일 서울 양천구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의 국적업무출장소에는 평소보다 수십배에 달하는 신청자가 몰리면서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이날 오전 11시20분 현재 출장소를 방문해 대기한 인원만해도 300명을 넘었으며 문의를 제외하고 실제 접수 건수만 해도 이날 오전에만 50명은 충분히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적업무출장소 관계자는 "실제로 접수된 사례 중에서 1988-1991년 출생한 남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고 전체 접수건수 중 여자는 1-2건밖에 되지 않아 거의 전부가 병역 의무를 앞두고 있는 남자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월 한달 간 국적 포기를 신청한 수는 22건에 불과했지만 국적법개정안이 국회통과한 이달 4일 이후 폭증, 6일 97건, 7일 47건, 9일 46건을 각각 기록하더니 10일에는 무려 143건으로 집계됐다는 게 출장소 측의 설명이다.

미국 덴버에서 태어난 김모(15)군은 어머니에게 위임해 11일 국적포기를 신청했다.

미국에서 출생한 전모(17)군의 어머니는 "아들을 대신해 국적을 포기하기 위해 왔다"면서 "병역 문제가 고려의 대상인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미국에서 계속 살기에는 국적을 포기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는 점이 신청을 한 큰 이유"라고 말했다.

아들의 국적 포기를 신청하러 온 한 여성은 "아들이 외국에서 공부를 하다 말고 군대 문제로 귀국하다 보면 학업 지속에 문제가 생긴다"면서 "국가가 의무만을 강요하는 것 같아 억울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적포기를 신청하러 온 대부분은 교수, 의사, 해외 상사 주재원, 외교관 등 사회 지도층과 상류층 인사들의 자녀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자신을 교수의 아내이자 5살 아들의 어머니라고 밝힌 한 여성은 이번 국적법 개장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의도적인 원정출산에 대해서는 규제가 필요하겠지만 실제 필요에 의해서 혹은 어쩔수 없이 외국에서 오래 생활하면서 아이를 낳은 경우까지 싸 잡아서 매도하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출입국사무소에서 만난 한 40대 남성은 "다른 대한민국 남자와 마찬가지로 병역의무를 치르고 나서 국적을 이탈하게 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는다"고 말했다.

네티즌들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이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mongsug'란 ID(이용자 신분)의 네티즌은 "연예인 운동선수, 유명한 사람들의 자식들, 힘 있고 `빽' 있는 자들은 이래저래 다 빠지고 결국 국방의 의무는 예나 지금이나 힘없는 민초들이 지고 있다"고 비꼬았다.

ID `ssukkumi'의 네티즌도 "한국 국적을 포기했으면 당연히 한국을 떠나야하는 게 맞다"면서 "국적을 포기하면 한국에서 살아갈 권리도 같이 없어지는 것"이라 비난했다.

(연합뉴스 / 홍제성 기자 2005-5-11) 

부모 손에 이끌려 '코리안' 포기

지난 7일 목동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내 국적업무출장소.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갑자기 폭주하는 '한국 국적 포기 행렬'에 자리에 앉을 틈도 없이 서류를 접수하느라 바빴다. 이날 접수된 건수는 50여 건. 새 국적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사흘 만에 160건이 접수될 정도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 4월 한달 동안 국적 포기를 신청한 사례는 모두 27건에 불과했다. 병역의무를 이행해야만 국적을 포기할 수 있게 한 개정 국적법이 통과되기 이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6월 법 시행에 앞서 국적을 포기하려는 사람들이 밀려들고 있다. 주로 14~17세 남자들이 대부분이다. 법을 대표 발의한 홍준표 의원측과 법무부측은 이 같은 이중 국적자들의 발빠른 행보에 당황하고 있다.

홍 의원측은 "어떻게 서류 신청을 받아줄 수 있냐"며 "법무부쪽에서 서류를 받지 않는 등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출장소측은 "관련 법규가 없어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다"고 말했다.

◆ 국적 포기, 본인은 영문도 몰라=박 모군(17세)은 토요일 아침부터 영문도 모른 채 국적 포기 신청 창구에 따분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방문한 이유를 묻자 "잘 모르겠어요. 국적을 포기하러 왔다는데…"란 대답이 돌아온다. 전날 걸려온 친척의 전화에 대학 교수인 아버지가 갑자기 갈 곳이 있다며 휴일 아침부터 손을 잡아끌어 함께 왔다고 말했다.

박군은 단 10여 분 만에 부모 손으로 쓰인 몇 장의 서류 신청으로 본인이 더 이상 '한국인'이 아니란 사실을 알기나 할까.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의 국적 포기 신청을 하러 왔다는 한 국책연구소 연구원은 "원정출산을 막아야지 정상적으로 유학갔을 때 애를 낳은 우리를 왜 잡느냐 "며 오히려 분통을 터뜨린다.

업무 마감시간이 다 될 쯤 한 아주머니의 고성이 들려온다.

"도대체 이런 법을 왜 만들었대요. 정치인들이 이러는 이유가 뭐예요?"라며 애꿎은 출입국사무소 직원에게 화풀이다.

14세 된 아들의 국적 포기를 재빨리 처리하고 떠나는 부모는 법의 취지에는 관심 없고 급하게 국적을 포기하게 돼 성가시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 어떤 사람들이 주로 포기했나=이날 본지가 서류가 접수되는 동안 직ㆍ간접적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소위 사회 지도층으로 분류되는 교수ㆍ연구원ㆍ의사 등이 많았다. 지역적으로도 서울 강남구 서초구 등이 많은 편이었다.

해외 근무 기회가 잦은 연구원 등이 많이 몰려 있는 대전에서 온 이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서류 접수 때 일부에서는 사회적 비난을 의식해서인지 직업란을 공란으로 비워 두기도 했다.

이날 부모들이 국적 포기 대상으로 기재한 자녀는 90% 이상이 남자아이로 주로 89~92년 사이에 태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매일경제 / 문수인, 임성현 기자 200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