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닉슨 앞에서 눈물 흘렸다

리처드 닉슨(1913-1994)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72년 역사적인 중국 방문 당시 저우언라이(周恩來:1898-1976) 전 중국 총리에게 이승만(李承晩)전 대통령이 한국전 당시 북진 통일이 좌절되자 자신앞에서 눈물을 흘린 일화를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6일 미국 콜로라도대에서 '1972년 미ㆍ중 화해의 한국 아이러니' 논문으로 박사 학위 (국제정치)를 받은 국내소장 정치학자 김태완(37)씨는 지난 2003년 5월30일자로 비밀해제된 미 국립문서보관소의 닉슨-저우언라이 베이징 회담 기록을 인용, 이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1972년 2월23일 오후 2시부터 4시간 동안 베이징 영빈관에서 열린 이 회담에서 닉슨은 한반도 평화통일 방안을 묻던 저우언라이의 질문에 "부통령이었던 지난 1953년 이승만 대통령을 만나 미국은 북진에 동의하지 않으며, 한국이 단독으로 북진을 고집한다면 이를 돕지 않겠다는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의지를 전하자 이승만 전 대통령이 눈물을 흘린 것을 기억한다"며 "한국인들, 남과 북 둘다 감성적으로 충동적인 국민들"이라고 말했다.

닉슨은 또 "(미국과 중국) 두 나라 사이에 한반도가 분쟁의 현장이 된다면 어리석고도 터무니없는 일이 될 것"이라면서 "절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총리와 내가 이를 막을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는 것.

저우언라이는 "문제는 남북한이 서로 접촉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대화촉진을 주장했고, 닉슨도 "적십자 회담이나 정치적 접촉 같은 것"을 예로 들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닉슨과 저우언라이는 한국 민족이 지나치게 감정적이어서 강대국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는데 견해를 같이 했다" 면서 "이같은 합의를 통해 미국과 중국은 남ㆍ북한이 한국 전쟁과 같은 '어리석은' 전쟁을 다시 일으키지 못하도록 남북이 한반도에서의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대화를 시작하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말했다.

김씨은 이와함께 이 회담에서 저우언라이는 중국과 북한이 백두산 천지를 양분했음을 미국에 구체적으로 처음 설명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김용윤 특파원 2005-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