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사 서술 천자문 '동천자' 첫 공개

'동천자'는 일제강점기 때 경북 의성의 우강(雨岡) 김호직(金浩直 ,1874~1953)이 "나라는 빼앗겨도 역사는 살아 있다"는 삼엄한 정신 아래 모두 250구 1천자의 4언고시(古詩) 형태로 우리나라 역사를 서술한 천자문이다.

'동천자'는 '천지현황(天地玄黃)'으로 시작하는 양나라 주흥사의 천자문과 달리 '약계단군 조강태백(若稽檀君 肇降太白)'이란 구절로 시작한다.

그 뜻은 '우리 역사를 헤아리면 단군이 태백산에 내려오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이다.

그리고 4언고시 각각의 한자 풀이와,주석을 달아놓았는데 한자와 한글을 같이 적고 있다.

이어지는 두 구절은 '여요병립 근우내벽(與堯竝立 槿宇乃闢)'으로 '요임금과 더불어 병립한 것인데 동방에 처음으로 나라를 연 것이다'라는 뜻이다.

정 교수는 "'동천자'는 단군에서 시작하여 기자조선-위만조선-한 사군-고구려-백제-가야-신라-통일신라-고려-조선의 순으로 우리 역사를 기술하고, 특히 250구 가운데 190구(76%)가 조선의 역사에 집중돼 있다"고 했다.

조선의 역사는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을 다룬 61구부터 시작하는데 62구까지는 다음과 같다.

'압록회도 선이 춘광(鴨綠回渡 仙李春光,압록강에서 회군을 하니 이씨 성이 봄빛을 받아 왕조가 세워졌다)'.

정 교수는 '동천자'의 기술 방향을 네 가지로 꼽았다.

△유구하고 찬란한 우리 역사를 시간적으로 알기 쉽게 서술한 '왕조 중심적 기술' △박제상 정몽주 최영 사육신 민영환 등의 삶과 죽음을 통한 '절의 정신 고취'(한일병합을 당해 자결한 조병세 송병선 이만도 이석주 김도현을 특기하고 있다) △퇴계를 높이고 북인(北人, 정인홍 이이첨 등)을 강하게 비판한 '남인(南人) 입장의 대변' △ 서술에 생동감을 불어넣은 '야사의 적극적 수용'이 그것이다.

'동천자'의 저자 김호직은 퇴계의 11대 손인 이만도에게서 배웠고 ,1896년 의병으로 나섰으며 이후 조국강산을 밟은 국토시를 썼으며 한일병합 이후 문경 주흘산에 들어가 두문불출했다.

정 교수는 "일제강점기에는 일제의 신교육에 맞서기 위해 서당이 폭증했는데 약 2만여개를 헤아린다"며 "이곳에서 천자문을 널리 공부했으며 일제의 침입에 맞서 우리 역사를 담은 새로운 편집 체제의 천자문이 10종가량 있는데 '동천자'는 그중 하나"라고 했다.

(부산일보 / 최학림 기자 200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