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1 학생들 ‘內申의 저주’ 오해와 진실

‘2008학년도 이후 대입제도’로 대학에 진학하는 고교 1학년 학생들이 내신 부담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며 7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집회를 강행할 태세다.

고교생들이 정부의 교육정책에 반대해 대규모 집단행동에 나서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입시전문가와 고교 교사들은 이 같은 움직임이 새 대입제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차분한 대응을 당부하고 있다. 내신 반영 비율 등 학생들이 걱정하는 사항들이 대부분 실제보다 크게 부풀려져 있다는 것이다.

▽ 중간고사 망치면 끝? = 한 학기 성적은 ‘중간고사+기말고사+수행평가’로 구성된다. 대부분 지필시험 성적이 60%, 수행평가가 40%를 차지한다. 따라서 중간고사 성적은 기껏해야 해당 과목의 30%다. 100점을 맞더라도 해당 학기를 놓고 볼 때는 30점에 불과한 것.

고교 3년 동안 해당 과목의 시험을 12번이나 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 대입에 활용되는 교과 점수에서 차지하는 각 시험의 비중은 더욱 줄어든다.

서울 양정고 도재원(都在元) 교무부장은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감안하면 중간고사 100점과 90점의 차이는 대입에서 1점도 안 되므로 중간고사를 잘못 치렀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중앙학원 김영일 원장은 “내신은 1학년 성적은 20%, 2학년 30%, 3학년 50%가 반영되므로 앞으로 얼마든지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 전 과목을 모두 만점 받아야 한다? = 현재도 전 과목 내신을 반영하는 대학은 없다. 서울대의 경우 예체능 과목은 ‘우’ 이상이면 만점을 주며 ‘우’ 이하라도 점수 차이는 거의 없다. 또 대학들은 계열별, 모집단위별로 전공의 특성에 맞는 교과목을 선택해 반영하는 추세이며 이런 경향은 2008학년도 이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고 이강호(李康鎬) 교감은 “연세대 성균관대 서강대 이화여대 입학처장들도 주요 과목 위주로 내신을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학생들은 자신이 희망하는 계열의 시험만 주력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도 5일 ‘교육가족에게 드리는 서한문’에서 “전 과목을 만점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오해”라며 “불안해하지 말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극복하라”고 조언했다.

▽ 내신으로 대학 간다? = 정부의 ‘2008학년도 이후 대입제도’는 내신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는 정부의 ‘희망사항’에 그칠 공산이 크다. 내신 성적 등급화로 학교 내 성적 부풀리기 현상은 막아도 학교 간 학력 차이는 반영할 수 없는 한계 때문이다.

중앙학원 김 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대학들이 내신등급 간 점수 차를 크게 줄 리가 만무하다”며 “일반고 학생끼리는 내신성적 차이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변별력이 크게 낮아진다는 것도 오해라는 견해가 많다.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실장은 “지난해 수능을 분석해 보면 언어 수리 외국어 등 3개 영역 모두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은 전국에 5000명 안팎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영역별로는 1등급이 2만4000명에 달하지만 모든 영역의 1등급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다.

고려대 홍후조(洪厚祚·교육학) 교수는 “교육부는 광역 모집단위별로 학생들이 어떤 과목과 영역에 더 치중하는 것이 좋은지를 미리 알려 수험생들이 한정된 에너지와 시간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 홍성철, 노시용 기자 2005-5-6)

서울교육청, 촛불집회 참석 학생 처벌키로

광화문 집회 고교생 참석 원천봉쇄…부산·대구에 집회개최 메시지 나돌아

서울시 교육청은 7일 오후로 예정된 서울 광화문 촛불 집회에 참석하는 학생들에 대해 교칙에 따라 처벌을 하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각 고교의 교칙은 불법 집회에 참석하거나 집단행동을 하는 학생에 대해서는 징계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7일로 예정된 광화문 집회에 참석하는 학생의 행위는 집단 행동으로 간주되는 만큼 이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특히 집회현장에서 불법 행위를 저지르다 경찰에 연행되는 고교생들은 중징계를 받게 된다.

시 교육청은 현재 관내 고교 292곳을 대상으로 학생들의 촛불집회 참석 여부를 파악하는 한편 각 학교의 교장ㆍ교감ㆍ생활지도부장으로 하여금 학생들의 집회 참석을 원천적으로 봉쇄토록 하고 있다.

또한 내신등급제 반대 추진(cafe.daum.net/freeHS)과 두발제한 폐지(nocut.idoo.net) 등 내신성적 위주의 대입전형을 반대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해 동태를 파악하고 있다.

학생의 촛불집회 참석 가능성이 높은 학교에 대해서는 교장이나 교감, 생활지도부장 가운데 최소한 1명이 촛불집회가 열리는 현장에서 생활지도를 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키로 했다.

7일에는 본청 장학관과 담임장학사 59명 등 전체 직원 435명으로 비상근무반을 편성, 본청과 집회현장에 배치키로 했다.

시 교육청은 지난 3일에는 관내 전체 고교 292곳에 1학년생들이 7일과 14일로 각각 예정된 내신등급제 반대 추진을 위한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여하지 말도록 지도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

부산과 대구 등 일부 지방 고교생들 사이에서도 2008학년도 내신등급제 실시 반대를 위한 촛불집회와 관련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전파되고 있어 해당 교육청이 참석 학생 징계문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시 교육청 홈페이지 참여마당의 '칭찬합시다' 코너에는 촛불 집회 참석문제를 놓고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4일부터 6일까지 이 곳에는 교육인적자원부와 시 교육청 등 교육당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거나 허위 내용으로 고교생들을 부추기는 내용의 글이 300여건이나 올려져 있다.

'종로경찰서장'이라는 이름의 작성자는 '5월7일의 야간집회와 무허가집회는 불법인 만큼 촛불시위에 참가한 학생은 학교에 통보된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반면 이름이 조하진이고 중학교 1학년생이라는 네티즌은 '나는 중학생인데도 시위에 갈 것이다. 체포할 테면 체포하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작성자가 전국교육노동자조합으로 돼 있는 글의 경우에는 오는 15일 오후 서울시청 시민광장 일대에서 '현 정권의 교육정책 실패와 교사평가제 및 내신제에 대한 성토 및 결의대회'가 열리는 만큼 전국 교육가족과 애국 학생 및 애국 시민은 모두 참가할 것을 독려했다.

그러나 이 결의대회는 경찰에 집회신고도 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 전준상 기자 2005-5-6)

"고1 촛불시위 처벌하면 최악상황 올 것"

서울시 교육청이 7일 오후로 예정된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학생들을 교칙에 따라 처벌하기로 결정했지만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한 꼴'이 됐다. 학생들이 서울시교육청의 처벌 방침을 전해듣고 더욱 거세게 반발하며 인터넷, 휴대폰 등을 통해 집회 참가를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부 학생들이 "이번 행사를 막으면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서 촛불집회를 둘러싼 교육당국과 학생들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학생 등 네티즌들은 네이버·엠파스·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 오른 '서울교육청, 촛불집회 참석 학생 처벌키로' 등의 기사에 댓글을 올리는 방식으로 이번 방침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hjblaw'(엠파스)는 "학생들이 모여서 반란이라도 일으킨다고 하더냐"라고 묻고 " 왜 잘못된 교육제도를 고칠 생각은 않고 학생들만 처벌하려고 하느냐"라고 따졌다.

'ojw1323'(네이버)은 "학생이라는 이유로 비합리적이고 공정성 없는 정책에 순종만 해야 하는가?"라고 묻고 "군사정권과 정말 다를 바 없다"라고 말하며 참여정부를 강하게 비판했으며 'giannie'(네이버)도 "촛불시회로 흥한 정부가 촛불시위로 망하려 하는구나"라는 말로 정부를 성토했다.

'rich2002'(엠파스)는 "학생들의 집회를 너무 오버해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집회가 무조건 나쁜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예상하고 성인들 집회마냥 원천봉쇄니 징계니 운운하는 것도 심하다"면서 서울시교육청 등 관계당국에 "자기 몸만 사리지 말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한번 들어보자"고 요구했다.

'pride1000'(네이버)은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도대체 개념이 있느냐"면서 "광화문 시위를 막는다고 해서 다 해결될 줄 아나? 그것 때문에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 어떻게 할 셈인가?"라고 물었다.

'jwc9876'(엠파스)은 "참으로 과거지향적이고 퇴행적인 교육당국자들의 면모가 한심하다. 예전 20∼30년전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라고 말하며 교육당국을 강하게 성토했다.

'igotya'(네이버)는 "학생들이 지금 사회를 전복하겠다고 하느냐"면서 "
피말리는 제도에 대해서는 아무리 학생이라도 할 말은 해야 한다. 시위를 막는 방법은 처벌이 아니라 입시제도의 전면수정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coree'(다음)는 "정말 징계를 한다면 현 정부는 더욱 더 커다란 장벽을 만나게 될 것이다. 역사가 말해주지 않는가"라고 말하며 이번 집회를 막는다면 더 큰 사태가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goldendawn'(네이버)은 "홍수가 나려는데 물길을 트려는 노력은 하나도 없이 대책없이 막고 보자는 저 사고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라고 말했다.

'사족'(다음)은 "평화집회를 하라고 인도하지는 못할망정 처벌한다고? 국민들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라면서 "(처벌을 강행하면) 서울시민들이 모두 참여하고 제2의 학생혁명, 시민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빨리 국민들과 학생들에게 사과하라"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200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