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육 강화를 위한 제언

근래에 중국의 동북공정과 고구려사의 귀속문제, 일본의 교과서에 보이는 역사왜곡 문제, 독도의 영유권에 관한 일본의 외교적 쟁점화 시도 등의 사안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역사 내지 (한)국사의 교육을 강화하자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강력하게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최근 교육인적자원부 안에 ‘국사교육발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평소에 필자는 역사교육에 대해 소신을 밝히는 일을 극력 자제해 왔다. 자신의 전공분야가 중요하다고 강변하는 것 자체가 쑥스럽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도 과목 이기주의의 발로로 비쳐질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에 용기를 얻고 또 학회 일을 맡고 있음을 구실로 하여, 현재 시안을 마련 중인 제8차 교육과정과 관련하여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이 글이 행여 독자들에게 원칙적인 발언의 범주를 넘어서는 것으로 비쳐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역사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좋은 역사책을 양산하는 것이 그 하나이니, 역사연구는 그 자체가 역사교육의 일종의 하부구조를 이룬다고 하겠다. 그런가 하면 각종 공무원의 선발·임용·연수에서 한국사나 역사과목을 필수로 지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역시 여러 나라의 예를 보거나 효과의 측면에서 가장 일반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은 중등교육과정에서 역사과목의 위상을 높여주는 일이다.

사실 역사교육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데에는 현행 제7차 교육과정에서 역사교육이 상대적으로 소홀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현실인식이 큰 몫을 하고 있다. 현재 중학교에서 ‘국사’는 별도의 교과서로 중2는 주당 1시간, 중3은 주당 2시간, ‘세계사’는 ‘사회’교과서에 포함되어 중1은 주당 3시간, 중2는 주당 2시간의 수업을, 고등학교에서 ‘국사’는 고1에서 ‘전근대사’를 중심으로 공통필수로 주당 2시간, 고2-3에서 ‘한국근현대사’와 ‘세계사’가 ‘사회’과의 10개 선택과목의 하나로 주당 4시간의 수업을 하고 있다.

역사과목의 수업시간만을 놓고 볼 때, 우리의 그것은 일본이나 중국의 그것에 비해 약간 적은 편이나 그리 심각한 정도는 아니다. 실제 교육현장에서도 수업시수의 문제를 핵심적인 사안으로 보지 않는다. 현행 교육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의 하나는 역사과목들이 교과편제상 ‘사회과’에 포함되어 이전에 비해 위상이 약화되어 있고, 그 결과 담당교사의 전공일치도가 낮다는 사실이다. 교사의 전문성이 떨어지니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기 어렵고, 독립교과로 되어 있지 못하니 수능시험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운 역사과목들을 학생들이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역사과목을 사회과에 통합시켜 운영하는 것은 외국의 예를 보면 미국과 일본 정도에 국한된 예외적인 현상인데, 이 경우에도 일본은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역사를 지리와 묶어 별도의 교과로 하고 있으며 미국조차도 고학년에서는 실제로 역사과목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현행 교과편제의 10개 본교과(국어·도덕·사회·수학·과학·기술/가정·체육·음악·미술·외국어)에서 역사가 빠져있는데, 이는 아무래도 온당하다고 할 수 없다.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점은 한국사와 세계사가 역사과목으로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지 못하고 별개의 영역으로 분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는 단지 역사교육에만 한한 문제는 아니며, 우리 학계가 아직 통합적인 역사상을 이룩해내지 못하고 있는 사정을 반영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학계의 맹렬한 자성과 분발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렇게 볼 때, 역사교육의 강화를 위해서는 현재 시안을 작성 중에 있는 제8차 교육과정에서 역사과목을 사회과에서 독립시켜 별도의 교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학계는 그러한 위상 제고에 발맞추어 학생의 흥미를 유발하고 통합적인 역사상을 담아낼 수 있는 풍성한 역사교과서의 개발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최갑수 / 서울대 교수·서양사>

(한겨레신문 2005-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