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세워진 장보고 동상과 기념관

수목드라마 ‘해신’(海神)을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살고 있다. 불세출의 풍운아 장보고는 이미 약 800년 전부터 신라와 중국, 그리고 일본을 연결하는 해상 무역항로를 개척한 걸출한 인물이다. 그는 또한 해적을 소탕하는 외에도 신라인을 노예로 끌어가 매매하는 중국의 행태를 근절하기도 하였다. 그런 연유로 그는 시공을 뛰어넘어 오늘날에 다시 되살아나 심지어는 변경된다는 신권 지폐의 대표적 인물로도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헌데 그러한 ‘영원한 한국인’인 장보고가 정작 우리나라가 아닌 바다 건너 중국 산둥성에서 거대한 동상과 기념관으로서 오는 4월 28일 되살아난다는 보도가 있었다. 중국 산둥성의 적산 풍경명승지구에 들어서는 ‘장보고 기념관’은 중국 당국이 3억 위안(우리 돈으로 약 360억원)이나 들여 짓는 공사라는데 중국에서 그러한 투자를 하는 이유는 ‘장보고’라는 영웅을 일종의 관광상품으로 삼겠다는 의도라고 한다.

그런데 막상 우리나라엔 지금까지도 장보고에 대한 기념관이 없다고 하니 이런 아이러니도 없다는 생각이다. 주지하다시피 한일간에 갈등이 첨예한 이 시점에도 ‘한류 열풍’으로 주말만 되면 춘천으로 밀려드는 일본 관광객들이 여전하다고 한다. 그들에게 있어 독도를 둘러싼 한일간의 감정싸움은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그만큼 확고한 관광상품은 국경과 이념마저도 무너뜨린다. 중국이 짓는 장보고 기념관이 완공된다면 필경 한국의 관광객들도 중국으로 달려가 상당수 관람을 할 것이 예견된다. 그렇다면 이는 우리의 걸출한 인물조차도 우리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라 하겠다. 이는 필경 외화의 지출을 부를 것이다.

장보고는 중국인이 아니라 엄연한 한국인이거늘 어쩌다 이런 웃지 못 할 일이 벌어 졌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뒷북치는 식으로 “장보고 동상과 기념관을 내놓으라”고 할 순 없는 노릇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장보고 선생을 기리고 흠모할 수 있는 동상과 기념관의 건립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가뜩이나 외세의 집적거림에 넌덜머리가 난 우리 민족이 아니었던가. 자국이 아닌 외국에서 외려 추앙을 받고 동상과 기념관까지 건립된 모습을 봐야할 장보고 선생은 지금 심경이 과연 어떠하실까! 한국민으로서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다.

(국정브리핑 / 홍경석 넷포터 2005-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