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 2∼3세들에 우리역사 바로 알려야”

“우리나라 교포가 550만명입니다. 우리 역사를 ‘국사’가 아니라 ‘세계사’로 배우는 해외 동포에게 우리 역사를 알기 쉽고 재미있게 얘기해 주고 싶었습니다.”

일본의 노골적인 역사 왜곡 움직임 속에서 신형식(66) 상명대 초빙교수가 최근 우리나라 고대에서 현대까지를 아우르는 역사 입문서를 우리글과 영어본으로 내놨다. 신 교수가 쓴 ‘한국사 입문’은 이화여대 출판부가 세계 속에서 한국의 전통문화 위상을 높인다는 취지에 따라 2009년까지 50권 발간을 목표로 한 신간 중 첫 선을 보인 책이다. 이 책은 이미 러시아어 번역판으로도 출간돼 러시아 등 고려인이 많이 사는 지역에 보내지기도 했다.

신 교수는 21일 “일본이나 중국이 우리 역사를 왜곡하는 데는 우리 잘못도 크다”며 “우리 역사를 우리 자신부터 제대로 알고 해외 곳곳에 퍼져 있는 동포들과 그 자녀들에게 우리 역사를 알리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민 1세대는 우리말을 안다고 하지만 그들의 자녀는 우리말을 잘 몰라요. 우리는 국사로 배우지만 그들은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역사를 세계사로 접합니다. 일본은 과거의 잘못을 절대 가르치지 않고, 중국은 고구려를 독립된 나라로 보지 않아요. 언급조차 하지 않죠. 우리 교포 자녀들이 세계사 중 몇 페이지 안 되는 한국사를 접하고 고구려의 존재조차 모르고 지나갈까봐 제일 걱정입니다.”

국사가 어깨에 들어간 힘을 빼고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대중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는 이번 책을 중국어와 일본어로도 내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겨우 영문판 하나 냈는데 일본과 중국의 역사 왜곡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네 언어로 우리 역사를 알리는 것입니다. 고구려나 백제, 신라의 고대사를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 일본어 등으로도 꼭 낼 작정입니다.”

간도 학회, 백산 학회 등 여러 역사 학회의 장으로, 예순 다섯을 넘긴 나이에도 연구와 강의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그는 요즘 백제의 대외관계와 장보고에 대한 저서를 준비 중이다.

“강의는 올해가 마지막일 수도 있지만 학계에서는 아직 할 일이 많아요. 우리나라 대외영토 문제와 관련해 간도 문제도 해결하려면 갈 길이 멀어요. 할 수 있는 데까지 책 내고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려야죠.”

(세계일보 / 김보은 기자 2005-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