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영문표기 엉터리"

“올해 초 조사한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장·차관급 인사 61명의 영어이름 중 제대로 발음되는 이는 단 1명뿐이었습니다.” 최근 ‘올바른 우리말 영어표기’(무역출판사)라는 책을 펴낸 김복문(73) 충북대 명예교수는 “유명인의 이름뿐만 아니라 각 회사명, 서울시내의 간판 등도 영어로 읽으면 전혀 엉뚱한 이름이 태반”이라며 “현 표기법에 따른 영문 이름과 고유명사를 외국인들이 잘못 이해해 의사소통에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바른 영문표기를 위해 관련기관이나 단체 등에 나가 강연은 물론 각종 의견서를 보내고 있다. 지난 1월 현행 로마자 표기법의 채택 경위에 대한 진상 조사를 부패방지위원회에 의뢰했고, 2000년 9월엔 ‘개정 로마자 표기법’과 관련, 헌법소원도 냈다 .

그가 조사한 노무현 대통령 등 저명인과 금강산, 거북선, 독도 등 고유명사의 영어 표기는 한글발음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노 대통령의 경우 현재 사용하는 영어식 이름인 Roh Moo Hyun 은 ‘ 로무히은’으로 읽히고, 금강산(Geum Gang San), 거북선(Geo Buk Seon), 독도(Dok Do) 등은 ‘쥼갱샌’ ‘죠벅숀’ ‘독두’로 발음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표기는 영어로 된 우리 역사책을 보면 오류가 여실히 드러난다. 한가지 예로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도 I Seong Gye 로 표기된 책이 많아 ‘아이숑가이’로 발음된다. 영어로 된 역사책에 우리가 아는 이름이 거의 안나온다는 이야기다.

그가 지적하는 현행 표기법의 또다른 문제점은 일제의 잔재가 남아 있다는 점이다. 모음체계의 기본인 ‘아 이 우 에 오’를 ‘a i u e o’로 표기하는 것은 일본문자인 가나의 틀과 같다는 주장이다. 한글의 영문 표기에까지 일제의 잔영이 남아 있는 셈이다.

김 교수는 “로마자는 언어권별로 발음이 제각각이어서 혼선이 초래될 수밖에 없는 만큼 영어의 발음 체계에 맞춘 표기법을 사용하는 것이 실용적”이라고 역설했다.

서울대 정치학과 2년 수료후 미국에 유학,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김 교수는 경제공부 틈틈이 우리말의 바른 표기 운동을 위해 우리말영어식표기학회를 조직, 연구와 학회 활동에 사재 7억원을 들이기도 했다.

(문화일보 / 김순환 기자 2005-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