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비상사태때 작전권 주도 천명

북한 내 급변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작전계획(OPLAN) 5029를 둘러싸고 한국과 미국이 이견을 보이고 있어 이 계획의 존폐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21일 “한미 양국 군 수뇌부 간 논의를 통해 작계 5029의 수립을 중단하는 데 합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전날 “작계 5029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천명했다.

이는 북한 정권의 붕괴나 대량탈북 등의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전시(戰時) 상황이 아닌 것으로 간주해 ‘평시작전권’을 가진 한국 정부가 사태 수습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1994년 한미연합사령부로부터 평시작전권을 이양 받았다. 전시작전권은 한미연합사가 갖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이에 동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안보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주한미군은 한국의 작계 5029 폐기 방침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군 소식통들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한국의 작계 5029 폐기 주장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한미군 수뇌부는 특히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고도의 군 기밀인 작계를 언론에 노출시킨 것에 강한 불만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작계 5029가 상정하는 북한의 급변사태가 한국뿐 아니라 동북아지역의 안정을 심각하게 저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북한이 무정부상태에 빠질 경우 중국이나 러시아가 북한 점령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감당할 수 없으므로 미국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연합사가 지난해 말부터 개념계획(CONPLAN) 5029를 발전시켜 정식 작전계획으로 수립하는 작업을 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군의 한 관계자도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작전계획은 현실적으로 꼭 필요하다”며 “과거 한미 군 당국 간에도 이 같은 원칙에 공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군 일각에선 한국이 작계 5029 폐기 방침을 고수할 경우 미국이 독자적인 대북우발계획을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있다. 이 경우 한국의 입장은 ‘주요 고려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에서 돌발사태가 발생할 때 한국의 입지는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관련성을 부인했지만, 최근 미 7함대사령관이 북한에서 돌발사태가 발생할 경우 미 전력을 투입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이와 연관지어서 보는 시각도 있다.

▼작전계획 이란▼

북한의 전면 남침이나 우발사태 등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한미연합사령부의 대응 시나리오다. 작계에는 해당 지역사령부와 작전 지역을 나타내는 고유번호가 부여된다. 예를 들어 작계 5027-98의 경우 ‘5’는 미국 태평양사령부를, 027은 한반도를, 마지막의 98은 작계의 개정연도를 의미한다. 작계는 1∼2년마다 수정되며 세부내용은 1급기밀에 속한다.

(동아일보 / 윤상호 기자 2005-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