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 10개월째 중단 북‘대남라인’ 얼굴도 몰라

핵심인물들 사망·와병

올 초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한 회의 석상에서 “그동안 남북 간 채널이 어땠길래 북한측 사람을 알지 못하느냐”는 취지로 실무진을 질책했다고 한다. 남북 회담의 우리측 사령탑인 정 장관 입장에서는 북측 파트너가 누구인지 궁금해 했는데, 실무진이 ‘현재로선 파악이 불가능하다’고 하자 나온 반응이었다고 한다.

정보 당국도 북한의 대남라인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잘 모른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19일 “작년 6월 남북 회담 중단 이후 10개월째 여러 부처에서 북한의 대남 라인에 대해 문의가 많은데, 우리도 구체적 내용을 파악할 수 없어 시달리고만 있다”고 했다.

그동안 남북 회담의 북측 핵심은 김용순 노동당 비서와 송호경 조선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2003년과 2004년에 각각 사망한 이후, 북한의 대남 라인은 ‘오리무중’이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남북관계 사안을 직보하는 위치에 있던 김용순 비서가 사망한 뒤에는 그 역할을 누가 대신하는지, 후임이 임명되기는 한 것인지 조차 확인되지 않는다.

실무자들은 “남북 사이에 회담이나 접촉이 자주 있으면 북측 관계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거나 해서 첩보라도 얻는데 요즘은 회담이 장기간 교착되다 보니 누가 북측 실세인지 사소한 정보도 얻기 힘들다”고 말한다.

다만 정부 관계자들은 남북 간을 왕래하는 기업인들의 전언과 자체 파악한 첩보를 토대로 “와병설이 있기는 하지만 림동옥 당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이 실무선에서 남북관계를 관리하고 있는 것 같다”고 추측하고 있다. 장관급 회담 대표를 지낸 전금진, 김령성 내각 책임참사는 고령과 지병으로 실무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 2004년 6월 장관급회담 북측 수석대표였던 권민 내각 참사나 최승철 당통일전선부 과장이 있으나 김용순·송호경에 견주기에는 경력이 너무 짧다는 지적이 많다.

(조선일보 / 권경복 기자 2005-4-20)

"남북관계의 진통은 `성장통'"

전 국정원 차장 세미나서 분석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막후에서 조율했던 김보현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은 19일 "북핵문제 등 현재 겪고 있는 진통은 긴 안목에서 보면 남북관계가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기 위한 일종의 성장통"이라고 말했다.

김 전 차장은 이날 오후 평화문제연구소 주최로 제주KAL호텔에서 열린 재외동포 통일문제 세미나 종합토론에서 `남북관계의 현황과 전망'이란 특별발제를 통해 "6.15선언 5주년에 남북관계가 진전이 있어야겠다는 것이 우리 모두의 바람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북핵위기 고조 등으로 한반도의 긴장 가능성을 우려하지만 실무자 경험에서 보면 아직도 희망의 기회는 있다"면서 ▲정상회담 이후 남북대화협력구조가 과거와는 다른 방향(말보다 행동)으로 전개되고 ▲남북경협이 제도적 정착단계에 이르고 있으며 ▲개혁없이 체제 생존이 어렵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북한의 긍정적 내부변화를 꼽았다.

남북관계의 아쉬운 부분으로는 ▲북한의 `버티기 전술'로 핵문제 해결이 안되는 것과 ▲경협 및 민간교류 분야와는 달리 정치, 군사분야의 진전이 없는 점 ▲분단의 장기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문제들을 들었다.

그는 분단 장기화에 따른 문제로 "우리의 경우 이념, 계층, 세대간을 막론하고 대북문제를 보는 시각과 지원문제에 대한 시각이 갈등구조로 남아 대북정책에 국민적 공감대를 이루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으로서는 90년대 이후 계속 걱정하는 것이지만 우리측에 의해 흡수통일되는 것에 대한 우려와, 어떻게 하면 한미간 갈등을 만들 수 없는가 하는 `틈새공략'에 아직도 젖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차장은 현재의 남북관계 정체와 관련, "북한은 핵문제 등으로 대미 신경전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에 남북관계에 쑥 나오게 되면 대미항전에 먹칠을 하는 것이라 생각해서 (대화에)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지난해 7월 김일성 사망 10주기에 우리가 민간단체의 조문을 불허한 것과 관련, 김정일 위원장이 억한 심정을 가지고 있는데다 그의 주변을 강경파가 둘러싸 `이제 남북대화를 할때'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는 북한 내부요인도 문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 김승범 기자 2005-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