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문화 日진출영역 대폭 확대

일본 도쿄와 지바현, 나가노현 지역과 백제와의 교류상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처음으로 공식 조사됐다. 국립공주박물관(관장 신창수)은 지난 2003년 12월, 국외소재 백제 문화재 조사사업의 일환으로 이들 지역에 대한 백제계 유물·유적을 조사한 뒤 이를 토대로 '일본소재 백제문화재 조사보고서Ⅳ'를 펴냈다. 이 지역은 고구려·백제와 관련된 유물·유적이 발견된 사례는 있으나 연구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실태는 파악되지 않은 곳이다. 조사기관은 국립동경박물관과 지바현 국립역사민속박물관, 나가노현립역사관·대실고분전시관 등지며 조사는 금속공예품과 고분, 토기 등 3개 부문에 걸쳐 실시됐다.

◇ 맞배식 석실분

맞배식 석실분은 가옥 지붕구조처럼 천장부분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고분으로 일본에서는 합장형 석실분으로 불리고 있다. 우리나라에 전해지는 맞배식 석실분은 5-6세기 백제에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충남 공주 시목동 1호분 1기가 남아 있다. 반면 일본의 맞배식 석실분은 80기 이상이 확인되고 있으며 그 중 절반가량이 나가노현에 위치해 있다.

이들 석실분은 고대분묘 500여기가 밀집돼 있는 대실고분군과 젠코지 다이라(善光寺平·나가노분지의 별칭)에 집중적으로 조성돼 있다. 대부분은 직경 10m, 높이 1.5-2m 규모이지만 직경 34m, 높이 6.7m에 이르는 대형분도 발견된 적이 있다. 특히 이 지역은 한반도에서 동해를 건너면 근접해 있는 지역적 특색으로 백제에서 일본으로 건너 온 '도래계'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여겨져왔다. 때문에 맞배식 석실분과 적석총 등 이 지역에서 발견되는 묘제는 백제 웅진·사비시대를 그 기원으로 보는 것이 학자들의 일반적 견해였다. 그 중에서도 맞배식 석실분은 웅진시대의 것으로 여겨져왔다.

◇ '보이지 않는 도래인'-기원에 대한 논란

최근 우리나라 유일의 맞배식 석실분인 시목동 고분이 6세기 묘제로 상정됨에 따라 일본학계에서는 그 기원이 웅진백제가 아닐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젠코지 다이라에서 발견된 맞배식 석실분 중에는 5세기까지 올라가는 예가 발견됐기 때문에 백제를 그 원류로 보기는 힘들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학계에서는 나가노현 지역 고대무덤의 원류가 고구려나 백제 고분뿐 아니라 경상도지역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나가노시매장문화재센터의 카자마 에이이치씨는 “나가노현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독특한 고분형식과 유물들은 도래계의 직접적 영향이라기 보다는 재지세력이 전통적 세계를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도래계집단이 동화되려고 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며 "도래계집단이 재지사회에서 일정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어 기존 사회에 적극 동화한 ‘보이지 않은 도래인’이라는 존재가 이같은 형태의 문화를 낳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속공예품

나가노현 수판시(須坂市) 박물관에 소장된 허리띠 장식인 귀신얼굴대금구(鬼面帶金具)는 공주 송산리에서 출토된 짐승얼굴대금구와 흡사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총 3점이 소장돼 있으며 정사각형 판에 귀신 얼굴을 장식하고 모서리에 원형의 홈이 파져있다. 주조기법 형태를 만든 후 음·양각 기법으로 마무리했는데 이 대금구가 발견된 팔정 고분은 고구려와 백제 도래계의 영향을 받은 5세기말 고분시대 후기 무덤으로 여겨져 오고 있다. 또 넝쿨무늬를 은으로 새겨 넣은 4-5세기 상감대도가 나가노현립역사관에 소장돼 있다. 상감기법은 백제가 중국 남조에서 수입한 고도의 기법으로 이들 유물은 백제에서 일본으로 전해진 제작 기술의 선진성을 엿볼 수 있는 유물로 여겨진다.

공주박물관 학예연구사 정상기씨는 "상감기법이 나타나는 환두대도나 마구류 등은 백제와 이지역의 교류상을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유물"이라며 "지금까지 연구가 활성화되지 않아 실태를 파악할 수 없었던 일본 일부 지역에 대한 백제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조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대전일보 / 남상현 기자 2005-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