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분쟁 오래 가지 않을 것"

지난 주말 중국 상하이의 격렬한 반일 시위 발생 원인과 향후 전망을 놓고 중국 상하이 푸단대 박창근 교수와 일본 큐슈대 이홍표 교수가 18일, 평화방송 라디오 시사 프로 '열린 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해 전화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홍표 큐슈대 교수 "반일 시위, 중국정부 정치적 판단 개입"

일본 큐슈대 국제관계학과 이홍표 교수는 지난 주말 상하이의 대규모 시위 발생 배경과 관련해 "중국은 고이즈미 수상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과 같은, 일본의 보수우경화 움직임에 대한 불쾌한 감정을 이제껏 정부당국자 차원에서 줄기차게 표출해 왔으나, 일본측의 기본 정책방향을 변화시키는 데는 역부족이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일단 민중, 특히 젊은 지식층의 힘을 빌려, 일본에 압박을 가하려고 하는 중앙정부의 정치적 판단이 이번 시위의 저변에 자리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배경을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이런 면에서 시위가 다소 과격해지는 것도 의도적으로 방치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왜냐하면 조용한 시위는 국제적 뉴스거리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국제사회를 상대로 일본의 부도덕성을 알리는 데 효과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다소 과격한 모습을 보이는 이번 시위를 통해, 중국 내에 확산되고 있는 반일열풍을 대외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고, 중국정부는 앞으로 이런 분위기를 십분 이용하여, 일본측을 압박하려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박창근 푸단대 교수 "학생·시민 자발적 시위, 정부 종용 안해"

그러나 이날 동시에 출연한 중국 상하이 푸단대 박창근 교수는 중국 정부가 상하이 시위를 팔짱끼고 방관했다는 일본 정부 주장에 대해 "중국 정부는 지난 주말 반일 시위를 미연에 저지하려고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였다. 이번 시위는 정부 당국의 허가를 얻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일부 일본 정치인들이 중국 당국이 말로만 시위금지 조치를 내리고 실제로는 뒤에서 방관했다고 하는 것은 중국이나 상하이의 실정을 잘 모르고 억측한 것이거나 고의적으로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며 "일부 학생과 시민들이 반일 시위를 단행한 것은 결코 정부에서 종용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조어도 중일 충돌 가능성, 양측 시각 달라

큐슈대 이 교수는 중일간 첨예한 분쟁거리가 되고 있는 센카쿠 열도 영유권 문제와 관련해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제기해 관심을 끌었다. 그는 "중일간, 일중간의 충돌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평화 공존보다는 지역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경쟁, 각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각축이 궁극적으로 군사적인 충돌까지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런 가능성과 관련되어, 가장 먼저 고려해야 될 분쟁거리가 센카쿠 열도(조어도)일 것이다. 이 문제는 영토 주권이 걸린 문제이고, 또한 이 지역에 많은 광물자원이 매장되어 있다고 추정되고 있어, 양측이 조금도 양보하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에, 충돌의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에 대해 푸단대 박 교수는 "중국 정부는 중일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물론 중일간의 갈등이 계속 고조될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될 것인가에 대해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중국 정부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됴위도(센카쿠 열도) 영유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단순히 됴위도 영유권 문제로 인해 중일간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이 교수와는 다른 견해를 보였다.

박 교수는 이어 "그러나 중일간의 여러 가지 문제는 그 어느 하나를 고립적으로 고려할 것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중국 정부 탕쟈쇈 국무위원이 4월 15일에 말한 것처럼 중일관계는 지금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하는 교차로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겠다"고 단정적인 결론을 내리진 않았다.

중일 분쟁이 북핵 6자 회담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이 교수는 "북핵문제 해결과 관련되어, 가장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는 6자회담 참가국간의 공조일 것이다. 이런 면에서, 참가국간의 갈등을 유도하여, 공조를 어렵게 하고자 하는 북한측의 이해에 현 사태가 아주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는 듯하다"며 중일분쟁이 6자 회담 성사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중국측으로서는 일본의 군사대국화나 우경화,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을 막으려 하고 있는데, 일본이 북한핵에 대해 매우 두렵게 느끼고 있는 점을 이용하여, 이제는 북한을 통해 일본의 입장을 약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푸단대 박 교수는 "이번 사태와 북핵문제는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번 사태가 그 자체로는 북핵문제 6자 회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간접적인 영향은 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중일 분쟁 장기화 되지 않을 것"

이번 중일 분쟁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에 대해 일본 큐슈대 이 교수는 "이미 이번과 유사한 상황이 있었다. 지난 1985-86년 중국에서 일어났던 1차 민주화 움직임은 바로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중국 내에 자리잡고 있는 반일분위기에 근거하여 시작되었다"며 "중국의 권력 역학관계상, 학생들 특히 민주화를 갈망하는 세력들은 일시에 현 공산당 체제에 도전할 수 있는 조직력과 지원·지지세력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대일무역적자 등과 같은 국내정치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문제 제기를 통해, 자신들에 대해 시민들의 지지를 동원하고자 하는 전략을 구사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현재 중국에는 개혁개방의 부작용으로 나타난 사회병리 현상으로 인해, 정부에 대한 불만도 결코 적지 않고, 또한 민주화 욕구가 잠복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정부는 이번 사태를 잘 해결하지 못할 경우에는 2008년 북경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만국박람회에도 큰 차질이 올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극단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즉, 적당한 수준에서, 국내외적으로 일본의 역사인식에 대한 불만 등이 충분히 보여졌다고 판단되면, 중국정부로서는 이런 시위의 재발을 적극적으로 막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전망했다.

상하이 푸단대 박 교수도 이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현재 정치적인 안정, 경제적인 지속 성장을 바라고 있다. 그러므로 국내 정세가 통제 불가능 상태에 빠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중국 내의 반일 시위가 지속될 경우 반정부 활동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일본 우익들이 기대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중국 국민들이 사태를 그 정도로 몰고 가지는 않으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 오동선 기자 2005-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