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게임에서도 역사 왜곡

최근 일본의 독도와 관련된 발언들로 인해 한.일관계가 상당히 악화된 가운데 일본의 과거사 반성요구, 영해명칭 논란 등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던 일본 관련 문제들도 활발히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의되는 실정이다.

그럼 가상공간 상에서의 역사전쟁은 어떨까? 이미 인터넷상에서 80% 이상이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고 게임에도 역시 역사를 왜곡하거나 잘못된 역사를 미화했다. 심지어 남북관계도 극단적인 시각을 가진 게임도 존재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게임에서 다뤄지는 역사왜곡에 대해 다뤄볼 생각이다. 물론 이전의 타 언론사에서도 게임속의 역사 왜곡을 다룬 적이 있긴 하지만 종합적이고, 깊이 있는 기사라기보다는 사회 분위기에 맞추어 급조된 듯한 기사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필자는 구할 수 있는 게임들은 직접 해 보고 동시에 그것을 증명할 자료들을 모아봤다.

일본게임에 나타난 역사 왜곡은 이미 게이머들 사이에서 잘 알려졌다. 특히 코에이 사에서 만든 게임들 중 삼국지나 대항해시대는 국내에서도 두터운 팬 층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코에이사는 이러한 시리즈에서 뿐만 아니라 일본 국내 역사를 다룬 다른 시리즈에서도 역사 왜곡이나 침략역사를 미화하고 있는 점이다.

삼국지는 수많은 게이머들의 밤잠을 빼앗아간 일등 공신이며, 크래프트 시리즈의 돌풍으로 다소 그 열기가 수그러들었지만 패키지가 발매되면 항상 기본은 하는 게임이다. 근데 놀라운 것은 노골적이진 않지만, 약간의 역사 지식을 가지고 잘 살펴보면 곳곳에 역사를 왜곡한 흔적이 보인다는 것이다.

일단 삼국지6을 보자. 삼국지6 에선 전작과 달리 게이머의 역할이 커져 옥쇄를 가지고 인덕이 높아지면 스스로 황제가 되서 작위를 내리고, 임무를 수여할 수 있으며 조공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여기 등장하는 고구려 사신과 왜의 사신이다.

고구려의 경우 그 당시에 중앙 집권 체제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조공 관계가 성립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갖추고 있긴 했지만 주몽 신화에 드러난 것처럼 스스로를 하늘의 자손이라 부르고, 독자적인 세력권을 가지려 노력했던 고구려가 조공을 바치는 걸로 묘사한 것은 뭔가 이상하다. 실제 중국 사료를 보더라도 고구려가 조공을 바친 때는 소수림왕때 북연에, 그리고 영양왕 이후 수나라에게 바친 것이 전부다.

고구려는 그렇다 치더라도, 왜의 사신 묘사는 더 충격적이다. 그 당시 일본에는 최초의 국가인 야마토가 존재했다고 일본서기에 기술돼 있지만, 사실 일본서기의 고대사 기술 부분은 일본역사가들 스스로도 믿지 못하는 한편의 판타지 소설과도 같다. 사실 일본 열도에 국가라고 부를 수 있는 체계가 형성 된 것은 삼국지 시대로부터 150년이 더 지나고 나서이다.

따라서 6편에서의 일본 사신 조공 이벤트는 일본의 국가 기원 시점을 윗 시대로 올리려는 일종의 고대사 콤플렉스를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최근에 발매한 10편에도 고대사 왜곡이 나타난다. 삼국지 10의 경우 자기의 도시 주변에 거점을 만들 수 있는데, 여기서 문제가 된 부분은 바로 요서 지방의 도시인 양평 동쪽에 있는 낙랑이라는 거점이다. 문제는 그 당시에 낙랑이 존재 했냐는 문제인데, 이미 낙랑은 삼국시대가 시작되기 전인 2세기 경에 고구려에 복속되었고 당시 낙랑이 있는 요동지방은 미천왕의 정복사업으로 고구려의 영토가 되어 있었다.

이는 일본이 식민사관에서 끊임없이 주장하는 반도사관, 즉 한민족의 생활 무대는 만주가 아니라 한반도라는 주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최근 동북공정 등으로 만주 지역의 역사 문제가 첨예한 이슈가 되고 있는 사항에서 민감한 사항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순신의 능력치 또한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발매가 되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한.중.일의 위인들을 장수로 넣은 스페셜 팩을 발매했는데, 여기서 이순신의 능력치가 통솔만 90대고, 매력, 무력 80대, 정치 30대, 지력 70대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정치력과 지력인데, 정치력의 경우 이순신이야 원래 무장이고, 실제 행정 경험도 고을 현감을 지낸 것 밖에 없다는 것을 내새워 정치력이 큰 문제가 안 된다는 사람이 있는데, 이순신은 단지 장수가 아니라 오늘날로 치면 몇 개 함대를 통솔하는 군단장이었다.

이와 비슷한 인물로는 삼국지의 장료와 하후돈이 있는데, 이들의 정치력은 70대를 가뿐히 넘는다. 이러한 것을 미루어 보았을 때 정치력에 심각한 저평가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력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러.일 전쟁당시의 일본군 장군이었던 도고제독도 이순신의 전법을 높이 평가했으며, 이순신의 함대전술은 근대 전술에서도 교육될 정도였다. 아무리 자국의 적장이었다 해도 일본인뿐만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도 즐기는 게임에 이렇게 눈에 띌 정도로 능력치를 깎는 것은 분명 문제다. 이는 한마디로 `유치한 수준의 역사 왜곡` 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제독의 결단 역시 코에이 에서 제작된 게임이다. 그러나 게임이 담고 있는 내용이 문제가 되어서 아직까지 발매가 되질 못하고 있다. 그 내용인즉,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 참가국인 미국, 일본, 영국, 독일 중 한 나라를 선택해서 사령관으로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다. 길게 말 안하더라도, 대충 감이 올 것이다.

일본으로 선택하면 동아시아 지역을 점령하고 이를 연합국으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이다. 이는 사실이고, 그래서 언론에서도 대표적인 역사 왜곡 게임이라고 매번 한일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언급이 되었다. 심지어 언론에서는 병사 회복 커맨드를 누르면 공창에서 여자가 나오고, 노역을 시키면 기지가 만들어 진다고 보도해서 분노를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게 사실인가? 그래서 일단 입수할 수 있는 제독의 결단 2는 직접 고전게임 방에서 다운받아 해보고, 어디서도 입수 할 수 없었던 제독의 결단 4는 자료 사진을 입수 했다. 제독의 결단 2 역시 국내 발매가 된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커맨드를 이해하기 위해선 한글 매뉴얼이 필요했고, 이것은 입수 할 수 있었다. 매뉴얼의 내용을 보면 어디서도 위에 언론이 보도 했던 공창 묘사나, 노역이라는 커맨드가 등장하지 않는다. 직접적으로 자극적인 표현을 넣진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4의 메뉴를 분석 해봐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역사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게임 자체만으로 본다면 상당히 우수했다. 일단 2의 경우 일어판 도스라 글씨가 다 깨져 그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무기 커맨드로 본 각 무기의 재원이나 모양은 근래 게임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고증이 우수했으며, 전략 회의, 기지 명령, 전투 커맨드로 나누어진 명령 체계는 삼국지나 징기스 칸과 유사해 위 게임을 해 본 사람이라면 쉽게 할 수 있을 정도로 편했다.

또한 제독 4의 전투장면은 최근에 나온 해전 온라인 게임이 2D인데 비해 완전 3D에 입체적인 공중전까지 묘사해 실제 전장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미션 역시 당시 역사적 상황을 충실히 고려한 것들이었다. 예를 들어 시나리오 모드에서는 독일 해군의 자존심 비스마르크가 격침된 노르웨이 근방의 북해 해전 등 2차 세계대전 당시 명승부로 남아있는 해전 등이 시나리오로 들어갔고, 기본적으로 독일과 일본의 경우 자원이 부족하게 설정해 놓아, 점점 장기전으로 가면 불리하게 묘사하는 것은 사실적이다.

그러나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태평양 게임이라는 소재 자체를 역사에 대한 반성 없이 밀리터리 매니아들의 입맛을 충족하기 위해 상업화를 했다는 것이다. 이 게임을 하면서 계속 불리해져만 가는 일본군을 플레이 하는 게이머의 심정은 어떨까? 게임은 게임이라고 하지만 일본이 전쟁을 일으킨 국가가 아닌 피해국가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이는 마치 일본이 자신들이 저지른 731 부대의 생체실험이나, 난징 학살, 관동 대지진 학살 등 제국주의 시대에 행했던 무수한 인권 유린들은 보상은 고사하고 공식적인 반성도 안하면서 자신들이 당한 원폭 투하만 인류의 재앙이라고 강조하는 거와 같다 이러한 역사 인식은 게임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 일본에서 개봉된 잠수함 영화 로렐라이도 일본인 스스로가 저지른 전쟁에 대한 반성보다는 `우리는 연합국의 희생자` 라는 관점을 담고 있다.

단순히 역사적 의식을 배제하고 플레이 해본 게임 제독의 결단은 수작이지만, 그것의 탄생에는 이와 같은 역사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반성의 결여, 또 그것을 죄의식 없이 상품화하고 즐기는 일본의 분위기에 있는 것이다.

대항해 시대 시리즈 또한 삼국지 시리즈 못지않게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높은 시리즈이다. 그런데 이 게임 역시 역사 왜곡 수준은 아니지만 우리 입장에서 거슬리는 내용이 존재한다. 그것은 3편의 경우 한국과의 교역 부분을 미약하게 해 놓았고, 무역항과 아이템도 적은 편이다. 그래서 4 에서는 한국에도 상업 세력을 추가시키고, 한국에서 나는 교역물품도 더 증가 시켰다. 그러나 경성에 무령왕릉이 있다고 하는 등 지명 표기나 (경성은 일본이 서울을 식민 지배할 때 쓰던 지명이다) 아이템 위치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 외전에서 거북선을 일본 군함이라고 해 놓았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지만 플레이 해본 바 이것은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징기스칸은 그렇게 국내에선 큰 인기는 아니지만 일본에서는 꾸준히 발매되고 있는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인데, 원조비사라고 명명된 2탄은 원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고려, 4한국, 이슬람 왕조, 서유럽 국가들도 선택해서 플레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일본과 한국의 국력과 사실 표현인데, 일본의 경우 실제 여.원 연합군이 쳐들어 왔을 때, 군사력으로 막았다기 보다 때마침 불어온 태풍 덕분에 위기를 면할 수 있었다. 이는 고려가 원나라의 침략을 7차례에 걸쳐 막아내 원의 협상 요청을 받아낸 거와는 큰 차이다. 이렇게 일본의 군사력은 그다지 강한 편이 아니었고, 경제력이나 문화력도 열악했음에도 거의 고려와 대등하게 나와 있고 국민성을 나타내는 모랄이라는 수치는 더 높게 나와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징기스칸에는 부인과 대화를 나누면서 친밀도를 높이고 정치에 대한 조언을 듣는 부분이 있는데, 공민왕의 부인인 노국공주가 충숙왕의 부인으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한편 공민왕의 아버지가 충숙왕이 아니라서 이 부분이 왜곡되었다는 기사도 있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참고로 공민왕은 충숙왕의 둘째 아들이다.

두 게임에서는 기존 언론에서 제기한 만큼의 역사 왜곡은 없었지만, 지명이나 유물 같은 사실 관계에서 몇 가지 오류가 존재하고 있었다. 미국의 경우 이러한 오류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거기에 한국 게이머를 위한 배려 차원에서 한국만의 특수 아이템이나 유닛을 넣어주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안일하고 무책임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서울대뉴스 스누나우 이의준 기자

(헤럴드경제 2005-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