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걱정되는 韓ㆍ中ㆍ日 내셔널리즘

요즘 일본 사람들은 당황스럽다. 한국에 이어 중국에서도 반일시위가 확산되자 "도대체 왜"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본 매스컴들은 중국 정부의 '묵인'과 '방조'를 의심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점차 반발이 일면서 중국 대사관에 칼이 배달되고, 주중대사 관저가 손상됐다.

하지만 이는 일부분일 뿐 일본 전체적인 분위기는 차분하다. 정면대응을 자제하는 일본인 특유의 '인내심'이 작동하고 있다. 최근 만난 아사히신문 간부는 "반일 시위로 주변국이 저렇게 난리인데 조용하기만 한 일본 사람들이 이상하지 않으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요즘 일본에서는 피해자 의식이 강해지고 있다. 북한 김정일 정권이 일본인을 납치하고, 중국에서는 일본 국기가 불태워지거나 현지 일본인들이 습격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주변국이 반발하는 원인을 냉정히 짚어보려는 노력은 별로 없다. 자기 중심적 사고와 과거에 대한 '기억상실'과 '외면' 때문이라고 기자는 생각한다.

요즘 일본 매스컴은 북한 군중이 김정일 정권에 맹목적으로 환호하는 모습을 전하면서 "참 이상한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약 50년 전 일본 모습은 지금 북한이나 팔레스타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얼마 전 70세 일본 지인과 일본 TV가 제작한 '북한 특집'을 함께 본 적이 있다 . 이 지인은 "과거 일본도 저랬다. 어렸을 때 학교 운동장에서 죽창으로 하늘을 찌르는 훈련을 받았다. 비행기를 떨어뜨리겠다고…. 그때는 의심없이 열심히 배웠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자폭부대와 태평양 전쟁 때 일본 젊은 비행사의 '가미카제'도 닮은 꼴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일본 사람들에게는 아득히 먼 과거 일이다. 위정자들은 알면서도 외면한다. 경험이 없는 젊은 세대는 배우지 못하니 잘 모른다. 최근 한국과 중국에서 일고 있는 반일 시위가 이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럼 한국과 중국은 어떤가. 일본처럼 자기 중심적 사고나 과거에 대한 기억상실과 외면은 없을까. 일본 역사왜곡을 말하는 중국도 고구려를 중국 땅이라고 우기고 있다. 당시 중국의 역사왜곡에 반발했던 한국에서 요즘 중국비판은 온데간데 없다.

내셔널리즘이 좌충우돌하는 모습이다. 일본에 분노하는 것도 좋지만 일본의 ' 착각'을 '반면교사'로 삼으려는 자기성찰도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매일경제 / 김웅철 특파원 2005-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