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역사왜곡 비난 자격 없다”

WSJ, 고구려사 왜곡·중국 침략사 지적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에 뒤늦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해외 언론이 방향을 틀어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 중국 정부가 대규모 반일시위를 왜 용인하는가 배경분석이 주류인 기사들은 ‘중국 정부가 현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요지로 정리될 수 있다. 일본의 침략 역사 왜곡이 잘못이긴 하지만 중국 정부가 이를 계기로 민족주의에 기름을 끼얹어 체제불만 목소리를 잠재우려 한다는 것이다. / 편집자주

중국과 한국에서 반일감정이 고조되자 중국정부가 반일감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역공이 일본언론으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월스트리저널은 지난 8일 “동북아 갈등의 원인은 중국 탓”이라는 일본 난자대학 림로빈 교수의 글을 게재한 데 이어 12일에도 “중국이 아시아지역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 과욕을 부리고 있다”고 주장하는 글을 실어 중국 때리기에 나서는 인상을 보였다.

사우스캘리포니아대학 국제학 교수인 다니엘 린치는 기고문을 통해 “현재 중국이 일본에 대해 제기하고 있는 논쟁은 단순히 역사왜곡에 대한 분노라기보다 힘겨루기 성격이 짙다”면서 “중국이 일본역사교과서 문제를 언급하고 고이즈미총리의 신사참배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일본에게 머리를 숙이고 중국의 현대판 조공제도를 받아들이라는 요구나 다름없다”고 적고있다.

린치는 또 중국이 이처럼 주변국의 역사기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과거 자신들이 만행을 저질렀던 피해국가들이 단결하여 중국의 지도를 다시 그려야 한다고 주장할까봐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기고문에서 린치 교수는 “일본은 한국과의 분쟁을 뒤로 미루고 중국에 대해 공동전선을 펼치는데 집중해야 했지만 어리석게도 한국정부를 자극하여 한국과 중국을 반일투쟁에 연대하도록 만든 것은 전략적인 미숙함이었다”고 지적했다.

글에 따르면 중국의 시위대와 네티즌들의 행동, 그리고 그들을 부추기는 중국정부의 태도는 이성적 대응의 한계를 훨씬 벗어난 것으로 만약 이를 받아들일 경우 일본은 ‘보통국가’가 되려는 희망을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린치 교수가 “일본이 과오를 시인하는 것이 곧 중국보다 열등한 나라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분석한 것은 지나친 논리비약으로 지적될 것으로 보인다.

린치 교수는 “중국은 일본에 압력을 가할수록 일본이 점점 더 어리석은 실수를 할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며 “하지만 중국이 난폭하고 위험하다는 인상만 주더라도 한국은 동북아 힘의 균형을 위해 일본과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중국이 지금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일본에 대한 공격을 즉시 멈추고 ‘일본의 사과가 없더라도 일본을 용서한다’고 엄숙하게 선언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중국은 가장 강력한 ‘소프트 파워’가 될 수 있다고 린치 교수는 조언했다.

(내일신문 / 김광호 리포터 2005-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