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료혐오` 저장성 폭동 불렀다

중국 저장(浙江)성 중부에 위치한 둥양(東陽)시의 농촌에서 10일 환경오염 문제로 주민들이 경찰과 충돌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 했다.

주민들이 공권력을 무력화시키고 일시적으로 마을 전체를 장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13일자 보도에 따르면 대규모 폭동이 일어난 저장성 둥양시 화시(畵溪)진은 공무원과 경찰이 모두 도주하고 주민들이 마을 전체를 접수했다.

화시진 주민 3만여명은 지난 10일 환경오염에 항의해 철야시위를 벌이던 할머니 2명이 경찰에 의해 숨졌다는 소식에 폭도로 돌변해 정부차량 50여대를 파괴하며 폭동을 일으켰다고 신문은 전했 다.

중국에서 대형 폭동이 일어난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12월 광둥성 둥관(東莞)에서는 지방 치안대의 횡포에 분노한 노동자 약 5만명이 난동을 부려 경찰차량 4대가 불타고 양측에서 수십명이 다쳤다. 또 앞서 10월엔 충칭(重慶)시 완저우( 萬州)구에서도 공무원을 사칭한 폭행 가해자가 ‘나는 공직자이기 때문에 시민을 때려도 처벌받지 않는다’고 말하자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구정부 청사로 몰려가 청사를 에워싸고 경찰차에 불을 지르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들 사건의 공통점은 모두 ‘관료들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이다. 이번에 폭동이 일어난 화시진의 한 주민이 “경찰 3000여명 이 들이닥쳐 소몰이 막대로 맞섰다. 그놈의 경찰들, 일본놈들보 다 더 나쁜 놈들”이라고 말한 것은 관료들에 대한 혐오감이 어느 정도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철저한 통제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인민들 사이에 관리들의 부정과 전횡, 행패에 더이상 참고만 있을 수 없다는 권리 의식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시위는 또 중국이 경제성장 우선 정책 속에 간과해 왔던 환경문제의 부메랑을 맞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문화일보 / 김도연 기자 2005-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