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 헝가리 훈족 후예들 "우리를 인정해 달라"

법정 소수민족 인정 청원..헝가리 인권위 정식 논의

훈족 왕 아틸라의 후예라고 주장하는 일단의 헝가리인들이 헝가리 정부에 자신들을 훈족으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이들이 훈족을 법정 소수민족으로 인정해 달라고 헝가리 정부에 청원서를 냈다면서 한때 아시아는 물론 유럽까지 호령하다 5세기경 역사에서 사라진 훈족이 다시 역사의 무대에 등장하게 될지 관심이라고 소개했다.

헝가리 전국선거위원회는 최근 웹사이트를 통해 청원서 유효 서명자가 법정 인원인 1천명을 넘었다고 선포했고, 헝가리 의회 인권위원회는 이 문제를 정식 의안으로 채택해 논의를 시작했다.

헝가리 역사는 그들의 조상을 마자르족이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유럽의 많은 역사학자들은 오늘날 헝가리인이 아시아에서 서쪽으로 이주해온 훈족의 후예라고 보고 있다.

9세기경 헝가리를 세운 마자르족과 5세기부터 이 지방에서 살고 있던 훈족이 섞였다는 것이다.

훈족과 흉노족을 동일시하는 중국에서는 훈족이 몽골고원에서 살던 유목민족으로, 중국 한(漢) 시대에 일부가 한족에 동화됐고 일부는 유럽쪽으로 옮겨간 것으로 본다.

훈족은 당시 유럽 여러 나라를 차례로 정복했고 로마제국에 패배를 안기기도 했다. 유럽은 훈족의 침입 이후 봉건시대로 진입했다.

역시 동방 유목민족인 마자르족은 9세기에 훈족식 유럽정벌을 재연한 뒤 896년 지금의 헝가리 지방에 정착해 국가를 세우면서 오늘날 헝가리의 기원이 됐다.

가장 강성했던 시절 훈족의 왕이었던 아틸라는 445년 권력을 잡은 이후 훈 제국 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손아귀에 넣었다.

훈족은 453년 아틸라가 병사한 이후 급격히 와해되면서 대부분 현지인과 동화돼 사라졌다.

한편 오늘날 헝가리에는 훈족의 흔적이 적지 않게 남아 있다.

헝가리인들은 유럽의 다른 지방 사람들과 생김새가 전혀 다르며, 헝가리 민요는 중국 산시(陝西)ㆍ간쑤(甘肅)ㆍ닝샤(寧夏)나 내몽골의 것과 곡조가 매우 유사하다. 언어도 비슷하고 악기와 가위 등의 형태도 닮아 있다.

아틸라는 오늘날 헝가리인들이 많이 쓰는 남자 이름 중 하나이며, 헝가리에는 훈족 주제공원이 있다.

훈족 인정을 요구하는 청원을 낸 이들은 현재 헝가리와 국경부근에 거주하는 훈족이 약 10만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들이 정부로부터 재정보조금을 타내기 위해 소수민족으로 인정받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박기성 특파원 2005-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