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 수업 늘린다고 달라지나

지금 우리가 논의해야 할 것은 국사교육의 양적 강화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국사를 재미있게 느낄 수 있게 하느냐는 것이다. 나는 우선 획일적인 암기위주의 교육을 지양하고, 체험과 토론이 살아 있는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가 불거짐에 따라 국사 과목 수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나아가 일부에서는 국가고시는 물론 수능시험에서도 국사 시험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물론 중국이 고구려사를 왜곡하고 일본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작금의 상황까지 오게 된 데에는 국사교육 부족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국사 수업을 의무화해 수업시간을 대폭 늘리고 국가고시나 수능에서 국사 시험을 강제로 보게끔 한다면 무언가 달라질 수 있을까? 아마도 국사 과목을 의무화하고 강제로 시험을 보게 해도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더욱 많은 학생들은 국사를 기피하려 할 것이다.

나는 고등학교 1학년까지 국사 수업을 들었다. 국사 과목은 국민공통 기본교육과정에 의해 고등학교 1학년까지만 의무적으로 배워야 하고, 2학년부터는 선택형 과목으로 분리되어 국사 공부를 하고자 하는 학생만 배우도록 돼 있다.

이렇게 국사가 선택과목으로 분리됨에 따라 많은 학생들이 국사를 선택하지 않게 되었고, 특정 상류 대학교를 지원하고자 하는 일부 학생만이 선택하는 과목으로 전락해버렸다.

그렇다면 왜 대다수 학생들이 국사 과목을 기피할까? 이유는 단순하다. 현재의 교육방식에서 국사란 과목은 학생들에게 단순 암기를 요구하는 기계적 학습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험기간이 되면 국사 담당 교사는 시험에 출제되는 문제의 핵심을 요약한 복사물을 배포하고, 학생들은 내신성적 향상을 위해 맹목적으로 모든 것을 암기한다. 몇살에 군대를 가는지 숫자를 외우고, 기관의 명칭 하나하나, 인물 이름 하나하나를 모두 외워야만 하는 방식이 지금의 국사교육의 모습이다.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고, 체험하고, 토론하는 모습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획일적인 암기위주의 교육에 지친 학생들이 국사를 굳이 선택할 이유란 없다.

지금 우리가 논의해야 할 것은 어떻게 하면 국사교육을 양적으로 강화할 것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국사를 재미있게 느낄 수 있게 하느냐는 것이다.

나는 우선 획일적인 암기위주의 교육을 지양하고, 체험과 토론이 살아 있는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초·중학교 때는 수업시간을 활용해 역사에 대해 뜨거운 토론도 벌이고, 직접 현장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초등학교 학생들에게는 딱딱한 국사 교과서보다는 만화로 구성된 국사 교과서를 배포해 어린 학생들이 우리나라 역사와 친숙해지게끔 해야 한다. 이는 만화 <올림포스 가디언> 방영된 뒤 초등학생들이 그리스·로마 신화를 친숙하게 생각했던 것과 같이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의 중·고등학생들이 국사를 기피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형성된 국사에 대한 막연한 거리감 때문이라는 점에서 볼 때 가장 시급한 건 초등학교 학생들이 국사에 대해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금 문제가 있다고 매번 땜질식으로 문제를 처리해서는 결국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듯이 교육 정책은 최소한 10년 앞을 내다보고 결정해야 한다. 영국의 역사가 토머스 칼라일은 “역사는 모든 과학의 기초이며 인간정신의 최초의 산물이다”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역사를 이미 지나간 일이라 하찮게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역사는 현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우리 스스로 역사에 관심을 갖도록 하자. 또한 정부는 일반인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우리 역사에 관한 다양한 종류의 책이나 영상물을 제작하고, 역사 공부하기 캠페인 등을 통해 주위를 환기시키자.

나는 지금 부끄럽다. 고구려사 왜곡과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 제대로 반박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 얼마 없다는 사실이. 덧붙여 근본적인 대책보다는 땜질식 정책을 쏟아내는 교육부가 있다는 사실이.

<이윤석 / 인천 대건고 3학년>

(한겨레신문 2005-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