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로 뻗는 중국

중국이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남아시아로 뻗고 있다. 원자바오(溫家寶)총리의 정상외교를 통해서다. 원 총리는 5일 시작해 파키스탄.방글라데시.스리랑카.인도로 이어지는 4개국 순방을 12일 마쳤다. 오랜 앙숙이던 인도와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다. 인도의 라이벌 파키스탄과는 군사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남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은 절대 패권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원 총리의 다짐을 받아들였다. 대신 경제대국으로 떠오른 중국과의 경제협력 확대 방안을 앞다퉈 마련했다. 중국으로선 동쪽의 일본을 겨냥한 반일 시위가 격화되는 가운데 서쪽을 공략하는 '성동격서(聲東擊西)'에 성공한 셈이다.

◆ 돌파구는 경제외교 = 원 총리는 1962년 국경전쟁을 치렀던 인도에 공을 들였다. 9일부터 나흘간 인도에 머물렀다. 목표는 두 가지였다.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국경분쟁 해결이다. 양국은 그러나 이번엔 FTA 체결 대신 단계적인 경제협력 확대에만 합의했다. 원 총리는 최근 "양국 간의 FTA 창설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조만간 실시할 수 있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도 측은 중국의 값싼 공산품이 밀려들 것을 우려해 즉답을 피했다. 그래서 '경제협력 5개년 계획'이라는 우회적 화법을 택했다. 2010년까지 양국 교역액을 300억 달러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교역액(136억달러)의 두 배가 넘는 액수다.

이런 속도로 양국의 경협이 확대되면 2010년 중국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간의 자유무역이 실시되는 단계에서 인도가 가세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 경우 중국.인도.아세안의 인구 30억 명을 포함하는 세계 최대의 경제권이 탄생하게 된다.

◆ 복잡해지는 4각 관계 = 원자바오 총리는 5일부터 사흘간 파키스탄을 방문했다. 원 총리는 "양국은 전천후.전방위적인 협력 동반자 관계"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중국이 파키스탄과 각 분야의 협력을 추진할 20여 개 항의 합의를 도출했다"고 말했다. 특히 군사 분야에서 중국은 4척의 F22P 구축함을 건조해 파키스탄에 인도키로 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원 총리의 순방을 통해 오랜 우방인 파키스탄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인도를 새 친구로 맞이한다는 속셈이다. 미국이 인도를 경제대국으로 키워 중국을 견제할 의도를 갖고 있다고 분석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인도가 미국과 확실한 밀월 관계에 들어가기 전에 중국 측으로 끌어당기는데 외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중앙일보 / 이양수 특파원 2005-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