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北개혁.개방 비용 반대않을 것"

"북핵 해결돼야 본격 지원 가능"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2일 오전(한국시간 12일 오후) "우리 국민은 통일 이전이라도 북한의 경제개혁과 개방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비용이 다소 부담스럽더라도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숙소 호텔에서 앙겔라 메르켈(여) 기민당 당수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이 통일될 경우에 대비, 통일비용 등 경제적 비용을 감당할 생각과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는 메르켈 당수의 지적에 대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드 메지에르 전 동독 총리 등 독일 통일과 관련한 인사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우리는 북한경제가 일어설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려는 정책을 갖고 있고, 이것에 대해서는 국민의 지지가 높은 편"이라며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북핵문제가 해결돼야 본격 지원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 방식의 개혁, 개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이런 개혁과 개방 과정에서 북한의 안정을 흔들지 않으면서 계속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이 이같은 정책과 입장을 지지하는 이유는 이성적으로는 북한이 잘 됨으로써 한반도에 평화유지가 되는 것이 우리에게는 이익이기 때문이고, 감성적으로는 결국 북한이 우리와 같은 민족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참석자들은 "과거 독일의 경험에 비춰봐도 어려움이 있더라도 지원정책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북핵문제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중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6자회담 틀내에서이지만 중국과 더 긴밀한 대화를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노 대통령은 "독일사회와 경제는 시장에서의 상업적 이익이나 바라보는 것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으며, 세계경제가 어려울 때 독일이 특별한 역할을 하는 것의 근거가 바로 이러한 것"이라며 "한국경제가 많이 발전했기 때문에 서로 경쟁할 부분이 적은데다 손잡고 협력한다면 도움될 부분이 많이 있을 것"이라며 양국간 경제협력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 조복래 김재현기자 2005-4-12)

노대통령 `獨통일 벤치마킹' 진력

취임 후 처음으로 독일을 방문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독일 통일의 경험을 전수받는 데 진력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벤치마킹' 노력은 특히 냉전시대 동.서 분단을 딛고 통일 대업을 이뤄낸 배경과 통일후 정치, 경제, 사회적 후유증을 극복하는 과정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통일에 대비한 노 대통령의 선행학습은 12일 통독 관련 인사들을 집중적으로 접견하는 것으로 밀도가 더해가는 분위기다.

전날 독일의 분단과 통일을 상징하는 브란덴부르크문 시찰을 통해 민족통일의 각오를 다잡은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숙소에서 차기 총리감로 꼽히는 앙겔라 메르켈(여) 기민당 당수를 비롯한 동.서독 출신 지도급 인사들과 릴레이 면담을 갖고 통일에 관한 소견을 경청했다고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구동독 정부의 마지막 대변인이었던 메르켈 당수는 특히 통일 전 동독 정세 및 내적 통합 과정에서 겪은 개인적 경험과 부작용 등을 설명하면서 한국도 통일의 경제적 비용 문제에 제대로 대비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이어 구 동독의 마지막 총리였던 드 메지에르와 서독 빌리 브란트 총리의 외교보좌관을 지낸 에곤 바, 데틀레프 퀸 전 독일문제연구소장, 헤르베트 해베르 전 동독정치국원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독일에 온 것이 여러가지 일 때문이지만 그중 통독 경험과 통일 이후 여러 경험한 것을 듣고 배우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래서 오늘 여러분을 뵙는 일정이 내게 매우 중요하다"고 자세를 낮췄다.

서두를 뗀 에곤 바 전 외교보좌관은 "남북한과 동서독 비교는 어렵다"고 전제, "독일은 운좋게 40년만에 통일을 달성하고도 15년이 지난 현재에도 멘털리티가 달라 많은 고통이 있다"며 "이런 어려움은 유감스럽게도 분단 60년이 다 되고 있는 한국에 더 심하게 일어날 것 같다"고 전망하고 "분단 상황이 오래됐고 깊고 거세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이어 주요 의회 인사들을 숙소로 불러 만찬을 함께한데 이어 13일에는 남북문제에 관해 `코드'를 맞춰온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독일의 내적 통합 과정에 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선 노 대통령이 그려오고 있는 통일 구상이 독일 정치 지도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보다 구체화될 것이란 분석을 제기하고 있어 주목된다.

실제 노 대통령은 방독전인 지난 8일 독일 언론과의 회견에서 "한반도는 보다 점진적이고 장기간에 걸친 과정을 필요로 한다"며 "안정된 평화구조가 어떤 관념적인 통일 계획보다 더 중요하다"고 밝힌 데 이어 동포간담회에서는 북한의 신뢰문제를 정면 거론하면서도 남북관계 전망에 대해서는 "앞이 안보이는 것 같지만 반드시 풀린다"고 낙관론을 폈다.

또 브란덴부르크 문을 돌아본 뒤에는 "독일 통일을 한달 전에도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지만 이와는 반대로 적지 않은 사람들은 20년전부터 예측했다"고 소회를 피력하면서 "역사의 진보는 구체적인 과정은 예측하지 못하지만 멀리 내다보면 갈 곳으로 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번 방독 과정에서 얻은 현장학습 성과를 토대로 통일에 관한 구상을 가다듬고 이를 당면 현안인 북핵문제와 6자회담 타개 노력에 접목시킬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 조복래 김재현기자 2005-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