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왕십일년명 벽비·흙베개 등 고구려 희귀 유물 첫 전시

土公 토지박물관서 14일부터

고구려 동천왕 11년(237년)을 전후한 시기의 역사적 내용을 기술 한 것으로 추정되는 ‘동천왕십일년명 벽비(東川王十一年名 壁碑 ·가로 세로 30㎝ 두께 5㎝)’를 비롯해 명문이 새겨진 도용(陶 俑), 흙을 구워 만든 베개(도침·陶枕)와 인장(봉인·封印) 및 보살입상, 석수(石獸), 와당 등 희귀한 고구려 유물이 대거 처음 으로 공개되는 전시회가 열린다. 이 중 벽비와 도용, 인장 등 흙을 구워 만든 명문자료들은 일단 광개토대왕릉비보다 빠른 시기의 명문기록으로 주목되는 한편, 진위를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

이들 희귀 고구려 유물이 공개되는 전시회는 오는 14일부터 10월 29일까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국토지공사 사옥 1층에 위치한 토지박물관에서 열리는 한국토지공사 창립 30주년 기념 특별전. ‘생명의 땅, 역사의 땅-개발과 문화유산의 보존’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특별전에선 그동안 공공개발을 주도해온 한국 토지공사의 사업지구에서 출토된 유물 300여점과 개인소장 유물 등이 전시될 예정이다. 이 중 벽비와 도용, 도침 등 고구려 유물은 지난해 토지박물관이 북한과 공동으로 실시한 개성공단 발굴조사 성과와 연계해 북한지역에서 출토된 유물 100여점을 전시하는 기획의 일환으로 출품되는 것이다.

이밖에 북한지역 출토유물로 고려 공민왕릉에서 출토된 것으로 전해지는 순금잔과 고려시대 범종, 금동 경갑(經匣), 청동9층탑 등 고려시대 금속공예기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들이 있다고 토지박물관측은 밝혔다.

이번 전시유물 중 1930년대 출토된 뒤 개인소장가가 소장해온 벽 비는 네모난 점토판을 만들고 표면에 약290자의 글씨를 새긴 후 구리가루를 흠에 채워 넣고 불에 구운 특이한 자료다. 중국 위(魏)나라 유주자사(幽州刺史)관구검(관丘儉)의 침략이 있었던 동천왕 대 고구려 대외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내용이 전하지만 지난 2000년 3월 고구려연구회를 통해 공개된 뒤 위작시비에 휘말렸던 고구려 소조 명문 점토판 3점과 제작기법이나 내용 등의 측면에서 유사한 점이 많아 적지않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토지박물관측은 사전에 한국고대사 분야 및 고고학, 한학, 서예 등 분야별 전문가 20여명의 자문을 받았으며, 호주 울롱공대에 열형광분석(TR Dating)을 의뢰해 780±90년의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빛에 노출되면 연대가 낮아지되 높아질 수는 없는 열형광분석법의 특징을 감안할 때 이 벽비는 고구려 시기에 제작된 진품이 확실해 보인다는 것이 토지박물관측의 주장이다.

토지박물관의 심광주 실장은 “우리 고대사의 공백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중요한 유물이란 확신이 있어 전시를 결정하게 됐다”며 “기회가 되면 이번 벽비와 함께 지난 2000년 공개된 고구려 명문 3점에 대해 학계의 검증을 받는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문화일보 / 최영창 기자 2005-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