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문 군사현안 한·미 왜?] 미국, 만만찮은 '반한 감정'

지난 1월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미국에 연구원들을 파견했다. 미국의 정.관계와 연구소 인사들을 면담하기 위해서다. 한.미 관계에 대한 이들의 의견을 듣는 게 목적이었다. 면면들이 쟁쟁했다. 니컬러스 에버슈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부차관보, 제임스 릴리 전 주한대사 등이다. 딕 체니 부통령,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 솔로몬 오르티즈 하원의원 등의 입장은 해당 인사의 보좌관으로부터 들었다. 미 국방부.국무부.부통령실 및 의회와 싱크탱크 관계자 20명쯤을 만났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측 인사들의 분위기는 냉랭했다고 한다. 일부는 한국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면담자는 "한국민이 (미국을) 고맙게 여기지 않는다(ungrateful). 우리는 한국의 젊은 세대를 잃어버렸다(We lost young generation in Korea)"며 한국 내 반미 감정에 대한 서운함을 숨기지 않았다. 다른 관계자는 "개성공단 사업은 북한을 먹여 살릴 것이다. 한국에 어떤 도움이 됐는가"라며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이견을 보였다. 다른 인사는 "(북핵 문제에서)더 간극이 벌어지면 (한.미) 공조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금대로 계속 간다면)한.미 동맹의 존립이 위태롭다"는 우려도 있었다고 한다. 물론 이들을 포함해 다수는 "한.미 동맹은 더욱 발전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고 전해진다.

이들의 발언은 공식 입장이 아니다. KIDA 측은 "개인적인 생각을 들려 달라"고 요청한 뒤 면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KIDA는 상당히 놀랐다는 후문이다. 나중에 발언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연구원들 간에 서로 확인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면담 결과는 정부 내에서 제대로 전달, 유통되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이후 미국에선 헨리 하이드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의 "한국은 적이 누구인지 분명히 하라"는 발언과 윌리엄 팰런 미 태평양사령관의 "미.일 동맹이 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의회 보고가 이어졌다.

(중앙일보 / 채병건 기자 2005-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