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中의 추월’ 체계적 대책 시급

중국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내가 중국의 특징을 간단하게 표현할 때 자주 쓰는 말이 ‘기초와 순서가 있는 나라’이다. 규모가 큰 나라이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국가공동체 유지도 어려워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그만큼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아무튼,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세계박람회를 성공적으로 치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고 나면 물리적 측면에서나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나 88올림픽 이후의 서울과 한국보다도 더욱 급속하게 업그레이드 될 것 같다. ‘우리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할텐데…’ 생각하면 초조해 진다.

현재의 중국, 특히 대도시의 변화속도와 폭은 1970~80년대 당시 한국이 겪었던 변화보다도 빠르고 크다. 내가 살고 있는 항저우(杭州)시와 인접한 상하이 시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건설현장은 밤낮도 휴일도 없이 돌아가고 있다. ‘철밥통’으로 표현되던 계획경제체제 하의 중국 분위기와 모습은 이미 옛날 이야기이다. 계획적으로 조성하고 있는 베이징 장안가 대로변에다 상하이 푸둥신구를 포함한 시가지 건설과 개조, 대규모 스케일의 도시시설물들과 건축물, 국유토지 위에 체계적인 도시계획에 따라 조성·개조되고 있는 도시개발 현장과 현대식 시설을 구비한 저장대학 새 캠퍼스의 모습을 보면 이들은 이미 추월차선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며 우리를 앞지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결코 과장도 호들갑도 아니다.

반면 우리 실정을 생각하면 답답해진다. 중국의 WTO 가입이나 한·중수교 기념, 베이징 올림픽 개최 결정 등 건수 생길 때마다 각종 언론매체나 단체, 연구기관 등이 세미나나 이벤트 행사 등을 벌이지만 그것도 그때뿐이다. 그렇게 중요하다고 호들갑을 떨어댔음에도 아직까지 변변한 ‘중국전략’조차 없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지경이다. 추월하고 있는 중국을 대책 없이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느낌은 정말 착잡하다.

우울한 전망이지만, 이렇게 나간다면 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금 미국 대하듯이, 조선이 명나라와 청나라 대했듯이 중국을 지극 정성으로 모시고 사대하며 사는 길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이미 그런 궤도로 들어서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이제 제대로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중국이 ‘기초와 순서가 있는 나라’인 만큼 그 정책 및 변화방향을 예측하는 것도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할 것이다. 또한 유구한 한·중 관계사를 돌이켜보면, 우리가 중국에 대하여 현재와 같이 이만큼이나마 당당할 수 있는 시절은 장보고와 고구려 시대 이후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이처럼 귀중하고 좋은 기회를 활용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을 올바로 파악하고, ‘중국 효과’를 전략적으로 체계화시키면서 극대화해 나갈 수 있는 ‘중국책략’의 마련이 시급하다.

<박인성 / 중국 저장대 교수·토지관리학>

(경향신문 2005-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