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우리의 정체성 현주소는?

최근 독도와 과거사 문제로 한·일양국의 관계가 아주 불편해지 고 있다. 가장 가까이 지내야 할 이웃나라가 정치논리에 의해 철천지 원수가 되는 느낌이다.

먼 조상들이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을 법하다. 이병도박사의 친구이며, 이박사에게 역사공부를 권유한 최태영 박사에 따르면 일본의 지배계층은 거의 다 한반도에서 건너간 사람이라고 한다. 실제 백제와 고구려가 망한 뒤 7~10세기 동안 도래인(渡來人·바다를 건너온 사람)은 150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중 상당수가 한반도에서 건너온 사람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신라와 당나라에 나라를 빼앗긴 백제, 고구려의 중상류층 상당수가 나룻배를 타고 미리 터전을 잡고 있던 친척이 사는 일본땅으로 건너간 것이다. 이성계가 한양에 수도를 세울 때 한양의 인구가 10만에 불과 했던 점을 고려할 때 민족사적 대이동인 셈이다.

7세기말까지 일본은 부족국가 시절이었다. 그러나 문명화한 인구가 갑자기 대거 유입되면서 그들끼리 주도권 다툼이 시작되었다.

다시말해 부여파, 강진파, 평양파 등이 날이면 날마다 주도권 싸움을 벌인 것이다. 싸움을 벌이면서 주고받은 암호집이 4500수에 달하는 만엽집(萬葉集)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시를 일본학자들이 거의 해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만약 “12시 가라(假羅)”고 했을 경우 우리는 12시에 가라는 뜻을 금방 알지만 일본인의 입장에서 보면 12시에 신라가 거짓이 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지금도 지배계층의 혈통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 키가 크고 이빨 이 가지런한 동이족(東夷族)은 피지배계층인 아이누족과 남방계인 왜 (倭)와는 거의 피가 섞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자들에 따르면 아이누족과 피가 섞일 경우 이가 안좋아진다고 한다. 망언을 외치는 일본 지도자들을 보면 우리와 골격이 거의 똑같다. 최근 한국과 일본인 간에는 골수 이식이 가능한 사람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먼 조상들이 볼때 한심하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재미있는 예로 일본의 스모를 보다보면 “다가 다가 다가가 다가 가”라고 심판이 외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일본 사람에게 물어보면 무슨 뜻인지 모른다. 다만 옛날부터 내려오는 소리라고만 한다. 그러나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금방 다가가서 붙으라는 파이팅하라는 뜻임을 알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의 스모는 고구려에서 건너간 것이기 때문이다. 고구려 고분을 보면 현재 우리 씨름 뿐만 아니라 다리 한짝을 높이 들면서 준비자세를 취하는 스모와 똑같은 벽화도 있다.

또 “벚꽃이 어느 나라꽃이냐”고 우리 지식인들에게 묻는다면 거의 대다수가 일본의 국화라고 한다. 그러나 일본의 국화(國花) 는 가을에 피는 국화다. 벚꽃은 천왕이 좋아하는 천왕가의 꽃이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벚꽃심기 캠페인이 오랜 세월에 걸쳐 이뤄졌고, 백악관 앞에까지 벚꽃을 보급했을 정도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천왕가가 벚꽃을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천왕이 백제계일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해주는 셈이다. 한반도에는 한라산에서 백두산 까지 깊고 깊은 척박한 산속에도 벚꽃이 산재해 있다. 따라서 그 많은 벚꽃을 일본이 심었을 리는 더욱 없다. 창경궁의 벚꽃놀이가 전설이 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30여년 전에 우리나라 학자와 일본학자가 현장을 답사하고 벚꽃 원산지는 제주도가 확실하다고 판정한 적이 있다. 우리 스스로 스모가 일본씨름이고, 벚꽃이 일본의 국화이고, 큰활멜이(夷)자 를 오랑캐이자라고 하는 한 얼마안가 독도가 일본 땅이 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무엇보다 자기의 정체성을 찾는 작업이 필요한 때다.

(문화일보 / 오창규 산업부장 2005-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