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 고대사는 쥬신족의 역사”

지난해 한국을 들끓게 했던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 ‘쥬신사’가 해법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 주장의 주인공은 동양대 김운회 교수. 그는 책으로도 출간돼 관심을 끌었던 ‘삼국지 바로 읽기’에 이어 ‘대쥬신을 찾아서’를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동북공정은 만주에 대한 기억을 둘러싼 싸움이다. 이 싸움에 대한 기존 접근법은 크게 3가지가 있다. 고구려사지키기와 요동사적 관점, 변경사적 관점이 그것이다. 그러나 3가지 관점 모두 약점을 안고 있다. 고구려사 지키기는 우리 역사를 지킨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지만 과거를 현재의 정치적 필요성에 따라 재단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요동사 개념은 만주를 중국·한국과는 별개의 지역으로 상정, 차분하게 연구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었지만 고구려·발해라는 역사적 실체마저 외면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변경사는 근대의 국가·국경·민족 개념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시각을 제공하긴 했지만 아직은 아이디어 차원일 뿐 전체적인 얼개는 없다.

김 교수의 ‘쥬신사’는 이런 시각을 모두 뛰어넘어 ‘쥬신족’의 역사를 내세우고 있다. 그가 제시하는 틀은 기존의 상식과 전혀 다르다. 중국이 제시하는 ‘중국VS주변국’이라는 중화주의 사관이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데 반해 김 교수는 이 틀 자체를 ‘몽골-만주-한반도-일본의 쥬신족VS중국의 한족’으로 바꾼다. 즉 만주의 역사는 바로 ‘몽골-만주-한반도-일본’에 걸쳐 있던 쥬신족의 역사라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지금 현재의 중국 땅에 있었다고 해서 모두 중국사가 될 수 없다는 논리다. 요나라, 금나라, 원나라, 청나라 모두는 중국사가 아니라 쥬신족의 역사다. 지금 현대의 중국은 용케도 청나라를 물려받는 바람에 그 영역이 커진 것일 뿐이다.

이런 김 교수의 접근법은 현재의 국가·국경·민족 개념을 절대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동시에 역사적 실체를 모두 끌어안는다는 점에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김 교수 역시 지나친 민족주의적 편향성은 거부하고 있다. 단순히 한민족의 영광이 아니라 쥬신족의 분화를 차분하게 짚어보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몽골비사’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문헌, 풍속·민담·설화 등에 대한 문화인류학적인 접근, 인종 등에 대한 DNA분석 등을 끌어다 쓴다. 이를 통해 중국이 ‘서융(西戎)’,‘북적(北狄)’,‘동이(東夷)’라 불렀던 흉노·선비·말갈·예맥·숙신·여진·만주족의 뿌리는 결국 쥬신족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이들 명칭은 모두 해가 뜨는 나라라는 뜻으로 쥬신은 조선의 옛 발음이다.

(서울신문 / 조태성기 자 200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