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中-러와 군사협력 전담부서 신설”

국방부가 중국 러시아 등과의 군사협력을 전담할 정책부서(가칭 동북아정책과)의 신설을 추진 중인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이 같은 방침은 윤광웅(尹光雄) 국방부 장관이 최근 중국과의 군사협력 강화 방침을 밝힌 직후 나온 것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을 뒷받침하는 군사적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기존의 한미동맹 관계에 상당한 파문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군의 한 관계자는 6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과의 군사협력 강화를 위해 관련 업무를 전담할 정책 부서를 연말까지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동북아 주변국과 본격적인 군사교류를 추진할 수 있는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현역과 민간인들이 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설 부서의 공식 명칭에 대해선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새로운 정책 부서 신설 배경에 대해 “중국과의 경제 교류가 크게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참여정부의 동북아 중시정책에 따라 대외군사부문에서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에서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군사교류를 전담할 부서의 신설이 추진되는 것은 창군 이후 처음이다. 현재 국방부의 대외군사업무는 미국에 대한 업무를 맡고 있는 대미정책과와 동북아 주변국 및 기타 국가와의 군사 교류, 해외파병업무 등을 총괄하는 대외정책과가 전담하고 있다.

이 같은 국방부의 움직임에 대해 군내에선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삭감에 주한미군이 강력히 반발하는 등 한미동맹에 이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국방부가 중국과의 군사협력과 교류를 강화하는 일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군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선 신설될 정책 부서가 ‘등거리 군사외교’를 명분으로 대중(對中) 관계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아 미국의 오해와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 윤상호 기자 2005-4-7)

자이툰 비밀리 감축? 미국의 오해?

최근 워싱턴의 미군 소식통을 취재하던 기자는 깜짝 놀랐다. "한국은 이라크 주둔 다국적군 중 3위의 병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말에 대한 반응 때문이었다. 이 소식통은 갑자기 "당신이 잘못 알고 있다"며 정색을 했다. 그는 "한국은 지난 2월 자이툰 부대원 중 500명을 빼냈다. 그 결과 4위 파병국으로 밀려났다"고 강조하고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한국(정부) 측이 '한국은 3위 파병국'이라고 계속 이야기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추가 취재 결과 한.미 간에 자이툰부대 규모를 놓고 상당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미국은 자신들과 사전 조율 없이 파병 규모를 줄인 배경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합동참모본부 측은 오해라고 설명하고 있다. 감축 규모는 200여 명 안팎에 불과하며 파병 규모가 여전히 3위임을 강조하고 있다. 200여 명의 병력 차이로 벌어지는 신경전이 한.미 관계의 현주소인가.

미국 측 주장

한국이 이라크에 파병된 자이툰 부대 병력 중 500여 명을 감축했다고 미군 소식통이 6일 밝혔다. 한.미 관계에 밝은 이 소식통은 이날 "한국이 지난 2월 뚜렷한 이유 없이 이라크 아르빌에 주둔한 한국군 병력 중 500여 명을 빼냈다"며 "이 병력은 이라크에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이라크 파병 규모는 3800명선에서 3270명선으로 줄었다고 이 소식통은 설명했다. 이 같은 감축에 따라 한국의 이라크 파병 규모도 세계 3위(미국.영국.한국)에서 4위(미국.영국.이탈리아.한국)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미군 측에 따르면 현재 이라크에 주둔한 외국군은 ▶미군 15만여 명▶영국군 9000여 명▶이탈리아군 3300여 명선이다. 이라크 주둔 미 중부사령부는 지난달 한국의 자이툰 부대에 병력 감축 배경을 물으면서 "다국적군 병력 현황에서(3위였던) 한국군의 순위를 4위로 수정했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 측은 "파병 규모는 파병국 스스로 결정하는 것인 만큼 한국군 병력 감축에 (미국은)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한.미 간에 충분한 사전 조율 없이 병력을 줄인 배경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한 미군 관계자는 "한국의 병력 감축 설명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 일각에서는 한국이 ▶북한 핵문제 ▶ 방위비 분담 ▶한.미 작전계획 수정 등을 둘러싸고 지렛대로 활용키 위해 병력을 감축했다는 추측도 나돌고 있다. 열린우리당 등 여권 일각에서도 자이툰 부대의 단계적 감축 문제를 검토한 바 있다. 본지 3월 26일자 1.4면

현재 이라크에 병력을 주둔시킨 24개국은 자국 병력을 속속 철수하는 추세다. 네덜란드는 지난달 160명을 철수했으며, 1600명을 파병한 우크라이나도 10월까지 철군을 완료할 계획이다. 폴란드는 2월 700여 명을 철수한 데 이어 남은 1700명도 단계적으로 감축할 방침이다. 불가리아도 올해 안으로 450명 전원을 철수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미군도 올해 안에 15만 명에서 13만8000여 명으로 줄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한국 소식통은 "국군의 병력 감소는 자이툰 사령부와 민사여단 주둔지를 통합한 결과일 뿐 특별히 다른 이유는 없다"며 "이탈리아가 다음달부터 파병 규모를 축소할 것으로 알려져 국군의 파병 규모는 조만간 다시 3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한국 합참 입장

자이툰 부대의 병력이 줄고 있는 것은 파병 초기보다 임무가 줄었기 때문이다. 파병지역이 줄어든 데다 주둔지역이 차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해 6월 파병을 계획할 때만 하더라도 자이툰 본대를 이라크 아르빌 지역의 라슈킨에 우선 배치하고, 서북쪽의 스와라시에도 여단을 주둔시키려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스와라시에는 여단을 배치할 필요성이 없어졌다. 따라서 스와라시 여단을 위한 경계 및 지원 병력 340여 명도 필요 없어졌다. 이에 따라 합참은 최근 총병력 3540여 명에서 270여 명을 줄이기로 했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1진과 2진의 교체과정에서 병력을 자연스럽게 조정 중이라는 것이다.

2진 교대가 올 8월 완료되면 이라크에 파병된 한국군은 모두 3270여 명이 된다. 그래도 파병 규모는 파병국 가운데 미국과 영국에 이어 여전히 3위라는 게 합참 측 설명이다. 4위인 이탈리아는 현재 3120여 명이다. 합참 관계자는 "조정이 끝나더라도 병력을 이탈리아보다는 많도록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과정에서 한.미 간에 오해도 생긴 것이다. 미 국방부는 한국군 파병 규모가 3800명 정도로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3800명은 자이툰 부대의 정상적인 편제 인원인 3650명과 C-130 항공수송부대인 다이만 부대 150명을 더한 숫자다. 그러나 한국 국회가 인가한 한국군 파병병력은 3700명까지다. 어쨌건 오는 8월 병력 조정이 끝나면 미국식 계산으로는 500명가량 줄어든 셈이고, 국회 승인 기준으로는 400명이 준 결과가 된다. 보고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 자이툰부대는 병력의 조정 과정을 지난 2월 말 상급부대인 현지 다국적군사령부(MNF-Ⅰ)와 미 중부사령부에 보고했다. 그런데 중부사령부가 이런 내용을 미 합참과 국방부까지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국방부는 방미 중인 국방부 한민구 국제협력관을 통해 미 측에 설명할 방침이다.

자이툰 부대는 앞으로 좀 더 축소될 전망이다. 파병 초기 공병의 진지 구축이 종료되고 이라크가 점차 안정되면서 병력 소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군 측에서는 축소 시점을 올해 말 또는 파병이 연장될 경우 미군 감축이 들어가는 내년께 이라크에 주둔 중인 미군이 병력을 감축할 때가 적절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중앙일보 200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