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對美인권반격..수감자 690만 사상최대

평양조선중앙통신 "오늘 지구상에서 가장  억압적인 사회는 미국이다."

북한의 노동신문은 5일 `인권 및 민주주의 개선을 제창하는  검은  속심'이라는 제목의 개인 필명 논평을 싣고 미국의 인권 실태를 거론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자 논평은 지난달 29일 미국 국무부가 `인권 및 민주주의 지원 활동' 보고서를 발표하고 북한 인권 문제를 강력히 제기한 데 따른 대응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인권 개선 압력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인권을 수단으로 내세워 체제  전복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북한은 미국식  가치관에 기초한 인권 및 민주주의 잣대를 강요하는 것은 내정간섭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해왔다.

논평에 따르면 미국은 죄수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도록 만든 원형감옥(판옵티콘)을 연상케 하는 감시체제의 국가다. 진보적인 정당과  단체,  근로자들의 활동에 대한 감시와 압력, 언론, 출판, 집회, 시위에 대한 탄압이 매 시각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진보적 사상을 탄압하는 데 직접 종사하는 인원만 20만명에 달하고 있으며 통치체제를 파쇼화함으로써 인민 대중의 온갖 사회 정치활동을  가혹하게  탄압하고 있다고 논평은 주장했다.

논평은 "미 연방수사국(FBI)은 3천여만명의 조사카드와 700여만명의 지문카드를 만들어 놓고 거의 모든 성인을 감시하고 있다"며 "정보요원들은 매 사람들의 정치적 견해, 재산정도, 활동 내용 등을 포함한 개인생활자료를 파악하고 있으며  조금이라도 문제가 된다고 생각할 때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체포, 투옥, 고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쟁은 북한이 미국의 인권 실태를 비난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주제다.  논평은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에서 발생한 민간인 희생 및 포로 학대를 예로  들면서 미국을 `악랄한 인권유린자', `자유와 민주주의 말살자'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범죄율을 인권의 척도로 본다는 점에서 중국과 비슷한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논평은 "지금 미국의 감옥에서는 수감자들이 넘쳐나고 있으며 2003년말  현재 미국의 형사범수는 690만명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최근 미국의 인권보고서에 대응해 지난달 3일 국무원 신문판공실에서 발표한 `2004년 미국의 인권보고서'를 통해 "엄청난 폭력 범죄, 법집행기관들의  심각한 국민 권리 침해로 인해 (미국은) 국민의 삶과 자유, 개인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운 사회"라고 반박했다.

논평은 이런 주장들을 근거로 미국을 상대로 역(逆) 인권공세를 펴면서 "미국은 인권 및 민주주의 개선의 간판 밑에 반미 자주적인 나라들을 뒤짚어 엎고 세계 제패 야망을 실현하려는 파렴치한 흉심을 버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연합뉴스 / 조계창 기자 2005-4-5)

英 "북한은 최악의 인권 침해국"

英외무차관, 탈북자들과 공동기자회견

빌 라멜 영국 외무차관은 4일 북한의 인권상황이 세계 최악의 것이라고 단언해도 과장이 아니라면서 국제사회는 인권상황을  개선하도록 북한에 압력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라멜 차관은 이날 영국 런던의 외무부 청사에서 탈북자들과 함께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북한이 신속하게 6자회담으로 복귀하기를 촉구한다"면서  "동시에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우려가 간과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영국 각료급 인사로서는 최초로 북한을 방문했던 라멜 차관은  북한의 핵보유를 선언하고 6자회담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시점에서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북한의 인권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지난해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한 당국자들이 인권상황에 문제가 있음을 시인하고 대화할 의사를 밝혔지만 그 이후 전혀 진진이 없었다면서 세계 최악인  북한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견에는 박상학 북한민주화운동본부 사무국장과 함경남도 요덕의 15호 정치범 수용소 출신인 탈북자 김태진(49), 김영순(69) 등이 참여해 북한의 열악한  인권실태를 고발했다.

김영순씨는 "탈북한 북한의 여성들이 중국 등에서 인신매매를 당하는 등 성노예로 전락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고통을 국제사회가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성경을 갖고 있다 들켜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됐던 김태진씨는 "북한에는 종교의 자유가 없다"면서 "평양에서 살았지만 북한에 교회가 있다는 것을 한국에 와서 알게됐다"고 증언했다.

박상학씨는 정치범 수용소 수감자 600명의 명단을 배포하고 "북한 주민을  무참하게 살육하고 있는 정치범 수용소를 해체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탈북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동행한 원재천 한동대 교수는 위팃 문타본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일부 여성 탈북자들이 인신매매조직에 넘겨져 성착취를 당한  사례를 확인했다면서 "한국 정부의 외면으로 북한 인권문제가 한국  정부의  영향권을 완전히 벗어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견을 주선한 인권단체 세계기독연대(CSW)의 스튜어트 윈저  국장은 50여명의 탈북자들을 중국과 한국, 일본 등에서 면담한 결과 정치범 수용소에서  강제 낙태, 물고문, 성폭행 등이 자행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세계는 정치범 수용소에서 자행되고 있는 가혹한 인권탄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이창섭 특파원 200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