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한중 군사교류 강화의 본뜻은 무엇인가

한.중 국방장관 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윤광웅 국방장관이 중국과의 군사교류 강화를 유난히 강조하고 나섰다. 독도와 일본 교과서 왜곡문제로 야기된 한.일간의 관계 악화와 노무현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 찰스 캠벨 주한 미8군사령관 겸 주한미군 참모장의 ‘한국내 주한미군의 사전배치 장비 철수 검토’발언에 이은 윤장관의 이번 발언은 한.미.일.중 4국간의 관계가 전면 개편되고 있지않나 하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과연 그 끝은 어디이고 그 과정은 어떻게 진행될지 실체를 잘 모르는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일련의 사태는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 재개 교섭과정에서 발단됐지만 이제는 6자회담 자체보다는 동맹관계의 재편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상태다. 과연 이같은 사태진전이 정부의 의도에 따라 각본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의도와는 달리 상황변화에 따라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자못 궁금하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했고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도 이에 동의했다. 이에 따른 역할 수행을 위해 정부가 동북아 균형자론을 내세우고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면 우려할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 특히 정부가 한미동맹의 확고한 바탕위에서 균형자 역할이 수행될 것이라고 강조한바 있어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한미외교당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작년보다 감액하기로 한 것과 관련, 캠벨사령관이 공개적으로 강한 불만과 함께 한국인 근로자 감축방침 등을 밝히는 돌출 사건이 발생했다. 캠벨 사령관은 자신의 이같은 입장표명이 미국정부의 사전 협의를 거쳐 승인된 것이라고 밝혀 양국간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하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주한미군은 추후 캠벨의 기자회견과 성명이 주한미군이나 주한 미군사령관이 아닌 살림살이를 맡고 있는 참모장 자격으로 이뤄진 점을 누차 강조하면서 성명의 수준을 격하시켰지만 한미관계의 이상기류가 이런 쪽으로 표면화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남아 있는 상태다.

이런 와중에 나온 윤장관의 발언은 이같은 의문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하다. 물론 미국과 일본이 대북 강경기조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을 일종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있는가 하면 일본과 긴장이 고조되자 일본으로 치우쳤던 관계를 중국쪽으로 옮겨 놓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어쨌든 국민들은 일련의 사태 진전에 불안감을 지울수 없다. 안보문제는 전국민의 안위와 관계되는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로서는 마땅히 외교적인 전략을 갖고 있겠지만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주는데에도 소홀해서는 안된다. 또한 외교에는 감정이 개입돼서는 안되고 결코 즉흥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는 점을 재삼 강조하고 싶다.

(연합뉴스 200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