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국방 “한-중 군사교류, 한-일간 수준으로”

윤광웅 국방부장관이 4일 한-중간 군사교류 협력수준을 한-일간 수준으로 높일 방침임을 밝혀 노무현 대통령이 주창한 ‘동북아 균형자론’과 맞물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윤광웅 “한-중 군사교류 한-일간 수준으로”, ‘동북아 균형자론’과 맞물려 주목
  
윤광웅 장관은 이날 국방부 출입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3박4일간의 중국 방문 성과를 설명하며 “한-중간 군사관계를 지금보다 발전시켜야 한다”면서 “양국 군사교류 수준을 한-일 군사교류 수준으로 높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장관은 “중국이 누구보다 한반도 평화안정을 바라고 있는 만큼 한-중 국방장관 회담을 정례화하는 등 중국과의 군사교류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면서 “중국을 이용한 한반도 안정화 방안도 생각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격년제로 국방장관 회담을 열고 ▲이를 위해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라도 국과장급으로 구성된 실무자들이 연간 두차례 상호 방문해서 군사분야 현안을 조정해 나가도록 할 방침임을 전했다.
  
윤 장관은 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차오강촨(曹剛川) 중국 국방부장과 한-중 국방장관회담을 2001년 이후 4년만에 갖고 지난 2일 귀국했다. 한국과 중국은 지난 1999년 당시 조성태 국방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장관회담을 가진 뒤 2001년까지 매년 한차례 국방장관회담을 열었으나 그 이후 한동안 중단돼 왔었다.
  
아울러 이번 윤 장관의 한-중 군사교류 강화 방침 표명은 최근 노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과 맞물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우리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균형자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며 '동북아 균형자 역할론'을 펼친 바 있다.
  
정부는 이와 관련 '동북아 균형자'를 '동북아의 갈등구조를 협력구조로 전환시키는 모멘텀 마련에 있어 한국이 적극적 행위자로 주체가 되겠다는 것'으로 규정하고 '역내 국가간 조화를 추구하고 평화번영을 촉진하는 주체로서의 역할을 해나가려는 것이며 한-중-일은 숙명적 동반자로서 이 3자간에 발생한 양자적 갈등 및 위험성을 우리가 조절하고 균형을 잡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주한미군 한국인 직원 감원,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변화”
  
윤 장관은 이밖에 이날 간담회에서 최근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찰스 캠벨 주한미군 참모장의 '한국인 직원 1천명 해고와 한반도 사전배치 장비물자'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과거에는 한미간 외교 군사협의가 비공개로 진행됐다"면서 "한미간 외교군사현안은 현재 정보화시대로 모든 것이 공개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캠벨 참모장 발언 배경은 알아봐야 하며 미군 병력 1만2천5백명 감축은 이미 얘기된 부분이지만 장비 문제는 두고 봐야 한다”면서도 “감군이 이뤄지면 인원 등 비병력 요인도 줄어드는 것은 우리나 미국이나 다 알고 있는 사실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변화라 예민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미관계는 국가간 이익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그동안 (장비 등) 변동이 있을 때 서로 알려줬다”면서 “전투태세에 유리한 점이 있으면 (장비 이동부분도) 타협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방부, 연내 32개 보직 문민화
  
한편 국방부는 이날 정원 7백25명 가운데 3백46명(48%)의 현역을 올해부터 2009년까지 2백7명(29%)으로 1백39명 줄이고 현역 장성 및 장교가 맡아온 32개 보직을 연내 민간인에게 넘기는 현역편제 및 직제조정 계획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에 따라 현재 현역 소장이 맡고 있는 인사국장과 군사시설국장, 준장 직제인 법무관리관 등 3개 국장급 자리와 비용분석, 예비전력, 군수협력, 행정의전과장 등 대령급 4개 과장 자리에 민간인을 보임할 예정이다. 아울러 중-소령급 장교가 맡아온 5~6급 25개 직위도 민간인으로 대체된다.
  
그러나 군사전문지식과 문민장관을 보좌하는데 필요한 소장급인 정책기획관, 군수관리관, 동원국장 등 3개 국장직위는 현역장성이 계속 맡기로 했으며 준장급이던 군사보좌관도 소장급으로 격을 높여 현역 장성이 계속해서 담당하기로 했다.
  
윤 장관은 이와 관련 “인사나 군수, 예산 등의 분야를 민간인이 맡게 될 경우 각 군을 통제할 때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새 직제령은 노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오는 1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프레시안 / 김한규 기자 2005-4-4)

'동북아 균형자' 외교 군사분야 플랜 일 수도

2001년 이후 4년 만에 한중 국방장관 회담이 열린 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 국방부 청사. 윤광웅 국방장관이 최근 동북아 정세를 우려하는 차원에서 독도 문제를 거론하며 먼저 말문을 열었다. 윤 장관의 말을 경청하던 차오강촨 중국 국방부장은 “대만은 중국의 독도입니다”라는 말로 화답했다. 중국의 대만만큼이나 독도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한다는 것이다. 우리측 대표단은 “이 말은 동북아에서 패권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일본에 공동대응하자는 의미”라고 전했다.

4일 윤 장관이 한중 국방장관 회담의 결과로 밝힌 양국 군사교류 강화 방안은 복잡하게 얽히고있는 동북아 국제정세를 심각하게 반영하는 단면 중의 하나다. 특히 참여정부가 올들어 수 차례 우리 외교안보정책 기조로 ‘동북아 균형자론’을 밝혀온 터라 한중 군사교류 강화는 이와 관련한 구체적 플랜이 아니냐는 분석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참여정부가 강조해온 외교안보정책의 기조는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중국이나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국들과 등거리 외교를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에 앞서 2월 국정연설과 지난달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우리 군의 목표는 동북아 세력균형자로 이 지역의 평화를 굳건히 지켜내는 것”이라며 군의 변경된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때문에 외교안보 정책의 기조 변화가 군사 정책에서 구체적으로 가시화할 것이라는 관측은 진작부터 제기됐다.

윤 장관은 일단 한중간 군사대화의 통로를 넓히는 방향으로 교류를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양국 국방장관 회담은 국민의 정부 시절에는 1999년과 2001년 등 2년에 한번 열렸지만 참여정부 교체기의 최근 4년 동안은 한번도 열리리 않았다. 이를 정례화하고 국과장급 실무회담도 연 2회 개최한다는 것이 우리측의 복안이며 중국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나아가 우리측은 한일 간에 실시하고 있는 인도적 차원의 해상 공동수색ㆍ구조훈련의 경우 중국과도 공동으로 실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화수준을 넘어 군사훈련 부문에서도 공동보조를 맞추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동북아 균형자론’을 군사분야에 접목시킨 첫 사례라 할 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국방부측은 “한중 군사교류 강화는 동북아 균형자론과 상관없이 오래 전부터 준비돼 온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우려했다.

하지만 한중 군사교류 강화 방침은 동북아 균형자론과 마찬가지로 미국과 일본의 반발을 받을 수 있는 등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사전문가는 “동북아 균형자론 자체가 미국의 후원을 업고 있는 일본의 패권주의를 저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한미 동맹과 배치된다”며 “이를 군사분야에서 적용하기 위해 중국과 접근한다면 더 큰 미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보진영에서도 한미동맹 강화와 동북아 균형자로서의 대등한 군사외교는 양립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일보 / 김정곤 기자 2005-4-4)